엘리엇, 이번엔 삼성전자 겨냥 “지주회사 분리·30조 현금배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6일 11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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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 측에 공개서한을 보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분리, 30조 원 규모의 현금배당 등 네 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해왔다. 지난해 삼성물산을 공격한데 이어 이번에는 삼성그룹의 주력회사인 삼성전자 공격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자회사인 블레이크 캐피털(Blake Capital)과 포터 캐피털(Potter Capital)은 5일(현지 시간) 삼성전자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삼성전자의 분사와 주주에 대한 특별배당 등을 요구했다. 두 펀드의 요구사항은 크게 △삼성전자 지주회사, 사업회사 분리 후 지주회사와 삼성물산 합병 검토 △30조원 규모 특별 현금배당 △삼성전자 지주회사 나스닥 상장 △삼성전자 이사회 사외이사 3명 추가해 기업경영구조 바꿀 것 등 네 가지다. 이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경쟁 기업 대비 약 30~70% 안팎으로 저평가돼있어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분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엘리엇 측은 삼성전자의 주주이고, 주주의 제안에 대해서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2개 펀드가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은 0.62%이다.

엘리엇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는 등 삼성의 경영에 공격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업 내 영향력을 키워준다며 반대했고 다른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지지를 얻었지만 최종 표결에서 패했다.

하지만 이번 엘리엇 제안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및 오너 일가의 지배력 확대에 도리어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서한 내용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삼성그룹이 염두해뒀던 시나리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라며 "삼성그룹이 스스로 내세우기 힘들었던 삼성전자 인적분할과 지주전환 명분을 엘리엇이 세워준 격"이라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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