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 10명중 8명 “탈세 처벌 약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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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硏, 국세포럼서 인식조사 발표

납세자 10명 중 8명 이상은 탈세에 대한 처벌 수준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탈세 대응 강화를 위해 과세 당국의 금융정보에 대한 이용 권한을 강화하고 세무조사를 현재 수준보다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9일 국세청 후원으로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국세행정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의 ‘납세자 인식조사 및 납세의식 제고를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세수(稅收) 확대와 납세의식 제고를 위해 납세자에 대한 서비스 수준을 높이면서 탈세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당근과 채찍’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 “탈세 처벌 수준 너무 낮다”

조세연구원이 근로자 및 사업자 16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6.8%는 ‘탈세자에 대한 처벌 수준이 낮다’고 응답했다. 매우 높다고 응답한 비율은 1.1%에 불과했다.

한국에서 왜 탈세가 발생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44.6%는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세무조사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14.4%)이라거나 ‘규범이 약하기 때문’(19.4%)이라는 응답자를 더하면 10명 중 8명 가까이가 ‘법 집행이 약해서’ 탈세가 근절되지 않는다고 답한 셈이다.

현행 조세범처벌법에 따르면 부정한 방법으로 탈세를 저질렀을 경우 3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하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할 수 있지만 현행 판례상 세금 포탈만으로 10년 이상 혹은 무기징역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국세청이 매년 체납자 명단을 공개하고 있지만 세금 5억 원 이상을 1년 이상 내지 않아야 홈페이지에 이름이 오른다.

외국은 조세범에 대해 불관용 원칙을 적용한다. 미국은 체납액이 5만 달러(약 5800만 원) 이상이면 여권 발급을 거부하거나 이미 내준 여권도 무효 처리하는 법안을 지난해 12월 제정했다. 해외 계좌를 신고하지 않으면 최대 10년형에 처하고 사기에 따른 탈세자는 공소시효를 무제한으로 해놨다. 박명호 조세연구원 장기재정전망센터장은 “탈세 심리를 차단하기 위해 세무조사를 현 수준보다 확대하고, 전산기술 발달로 인한 증거자료 훼손이나 문서 위조 등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며 “제재의 실효성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제시된 의견을 면밀히 검토해 세정 집행에 적극 반영하겠다”며 “법령 개정 등이 필요한 사항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세청 서비스, 성실 납세에 중요”

탈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함과 동시에 국세청이 제공하는 납세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3.0%는 성실 납세를 위해 국세청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인터넷으로 세금신고 및 연말정산을 하는 홈택스 서비스에 대해 응답자의 97.4%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실제로 국세청은 지난해부터 사업자에 대해 △법인카드의 신변잡화 및 가정용품 구매명세 △간이·면세사업자 대상 매출자료 등 고소득 전문직의 탈세 수단으로 활용되거나 소상공인이 착각하고 잘못 신고하기 쉬운 항목들을 집중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세금 신고에 앞서 국세청이 납세자에 대한 세밀한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세무조사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신고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서다. 박 센터장은 “세금 신고 및 납부에 도움이 되도록 국세청의 더 많은 정보를 납세자들에게 선제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납세자#국세포럼#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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