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벌크선 팔고 속쓰린 해운 빅2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벌크선 업계 2위 오른 ‘에이치라인’… 2년전 한진해운 선박 인수해 출범
지난해 영업이익률 22.6% 기록… 3월엔 현대상선도 매각 계약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알짜’ 벌크선사인 ‘에이치라인(H-Line)해운’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짓고 있다. 국내 해운업계 최대 영업이익률을 내며 벌크선업계 2위로 떠오른 이 회사가 원래는 두 회사가 어쩔 수 없이 내다 판 벌크선 사업부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회사이기 때문이다.

에이치라인해운은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가 한진해운의 벌크전용선 사업부문을 인수해 2014년 출범시킨 벌크선사다. 벌크선은 철광석과 곡물 등 원자재를 주로 실어 나르는 배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에이치라인해운은 매출액 5860억 원에 영업이익 1326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22.6%에 이르는데, 벌크선 사업이 보통 컨테이너선보다 영업이익률이 다소 높은 것을 감안해도 눈에 띄는 실적이다.

이 회사가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은 장기운송 계약을 맺은 전용선 위주의 사업구조 덕분이다. 에이치라인해운의 모든 선박은 포스코, 한국전력공사, 현대글로비스, 한국가스공사 등 고객사들과 장기 계약이 맺어져 있어 해운 시황이나 유가 등 외부 요소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한진해운은 한앤컴퍼니에 벌크선 사업부를 3160억 원에 매각한 뒤 에이치라인해운에 현물 출자를 해 지분 22%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 유동성 압박에 시달리자 지난해 말 5%만 남기고 매각했는데, 이마저도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에이치라인해운은 올해 3월 현대상선의 벌크선 사업부도 인수했다. 인수 대금 1200억 원에 차입금 4200억 원을 대신 떠안는 조건이다. 기존 39척의 선박을 운영하던 에이치라인해운은 현대상선의 벌크선 사업을 인수하면서 운영 선박 규모가 50척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꾸준히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알짜’ 사업부를 매각한 것은 당장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매각 당시에도 이 회사들이 미래 먹을거리를 포기해 장기적인 경쟁력을 갉아먹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향후 해운업 구조조정은 이처럼 미래 사업기반을 매각하기보다는 보전하는 식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6일 한진해운은 용선료 협상이 난항에 부닥쳤다는 시각에 대해 “현대상선이 4개월이 넘는 협상 후에도 막판 진통을 겪었듯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라며 “협상이 이제 갓 1개월을 넘겨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해외 선주 23곳과 1차 협상을 끝내고 계획대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상선은 이르면 7일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조정에 대해 양해각서(MOU)를 맺고 협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용선료 조정 폭은 20% 안팎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벌크선#한진해운#현대상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