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esign]삼성그룹, ‘디자인을 통한 인류의 풍요로운 삶 성취’… 디자인 혁명 20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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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세상에서는 디자인이 제일 중요해집니다. 개성화로 갑니다. 자기 개성의 상품화, 디자인화….”

1993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유럽 주재원 간담회에서 “다가올 시대에는 디자인이 가장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디자인으로 상징되는 소프트 파워가 21세기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삼성 임직원들은 디자인 개념이 익숙하지 않았다. 제품을 생산할 때 ‘양’에 집착했다. 당시 삼성전자 디자인 고문이던 후쿠다 다미오는 삼성에서 느낀 바를 보고서로 작성해 “디자인은 단순히 형태나 색을 만드는 게 아니다. 제품의 편리성 연구에서 시작해 부가가치를 높여 이용자의 생활을 창조하는 문화 행위”라고 적었다. 이 보고서는 이 회장의 문제의식을 삼성 내에 확산시켜 직원들의 인식을 혁명적으로 바꾸는 기폭제가 됐다.

이후 삼성은 ‘디자인을 통한 인류의 풍요로운 삶의 성취’를 위해 경영 전반에 걸친 디자인 혁신에 돌입했다. 디자인 산학연대 프로그램인 디자인 멤버십 프로그램을 만들고 디자인 학교인 ‘SADI’를 설립했다. 세계 각지에 글로벌 디자인 연구소를 세웠으며 삼성영디자인어워드를 개최하면서 디자인 역량을 강화해 나갔다.

이 회장은 1996년을 ‘디자인 혁명의 해’로 선언하고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더 강조했다. 당시 이 회장은 “올해를 그룹 전 제품에 대한 ‘디자인 혁명의 해’로 정하고 우리의 철학과 혼이 깃든 삼성 고유의 디자인 개발에 그룹의 역량을 총결집해 나가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그 첫 결과물이 2002년 4월 나온 휴대전화 ‘SGH-T100’이었다. 이 회장은 이 제품 개발 단계부터 꼼꼼히 디자인을 살폈고 잡기 쉽게 넓으면서도 가볍고 얇은 디자인을 제안했다. 조가비 형태의 이 휴대전화는 ‘이건희폰’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화제가 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1000만 대 판매라는 기록도 세웠다.

디자인 혁명의 해 10주년을 맞는 2005년 이 회장은 세계적 명품과 디자인의 격전지인 이탈리아 밀라노에 주요 사장들을 소집하고 ‘디자인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삼성의 디자인 경쟁력을 ‘1.5류’로 평가하며 다시 한번 글로벌 초일류 수준으로 혁신할 것을 주문했다. “삼성 제품의 디자인 경쟁력은 1.5류입니다. 제품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시간은 평균 0.6초인데 이 짧은 순간에 고객의 발길을 붙잡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습니다.”

이 회장은 ‘밀라노 4대 디자인 전략’도 발표했다. 독창적 디자인과 사용자환경(UI) 아이덴티티 구축, 디자인 우수 인력 확보,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조직문화 조성, 금형 기술 인프라 강화 등으로 1996년에 이은 ‘제2 디자인 혁명’ 선언이었다. 이후 삼성의 디자인은 다시 한번 벽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듬해 나온 와인잔 형상의 보르도TV는 2006년 한 해에만 300만 대가 판매됐다. 2010년 첫선을 보인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는 갤럭시S7이 출시된 현재까지 매년 화제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디자인 철학은 ‘사용자에서 출발해 내일을 담아내는 디자인(Inspired by humans, creating the future)’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삶을 즐겁고 의미 있게 해 주며, 새롭고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해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디자인, 이것이 삼성이 꿈꾸는 디자인”이라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it\'s design#삼성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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