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진 대위님,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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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콜 마이 네임 서비스’ 3년… 70개국 중 한국서만 별명 불러
유행-이슈 따라 선호 호칭 달라져

16일 서울 서초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 주문한 음료를 기다리는 고객들을 향해 점원이 외쳤다. “유시진 님,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두 잔 나왔습니다.”

최근 큰 인기를 끌었던 KBS 2TV 수목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남자 주인공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사람들은 키득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유시진 역을 맡았던 배우 송중기와는 사뭇 다른 외모의 남성이 당당하게 걸어와 음료를 손에 들었다.

스타벅스가 2014년 1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콜 마이 네임’ 서비스가 가져온 광경이다. 이 서비스는 고객이 스타벅스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여섯 글자 이내로 별명을 등록하면 매장 점원이 별명으로 고객을 불러주는 것. 별명 뒤에 ‘님’ 또는 ‘고객님’을 붙여서 호명한다. 17일 스타벅스커피코리아에 따르면 현재 177만 명의 고객이 별명을 등록했다. 매장 고객 10명 중 3명은 자신만의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인기 있는 별명은 시기별로 다르다. 주로 화제가 된 드라마의 주인공 이름이 인기다. 최근에는 ‘태양의 후예’ 영향으로 ‘단결유시진’ ‘유시진여친’ ‘눈썹만송혜교’ 등의 별명이 매장에서 자주 불리고 있다. 서비스가 시작된 2014년 1월에 방영 중이던 SBS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남자 주인공 도민준도 많이 불렸던 대표적 별명이다. 지난달에는 ‘이세돌구단’, ‘이세돌파이팅’ ‘알파고꺾은’ 등의 별명이 많았다.

콜 마이 네임 서비스는 연인 간의 사랑 고백에 활용되기도 한다. 애인의 이름을 넣어 ‘영희야사랑해’처럼 불리게 하는 것. 실제로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때 대학교 주변 매장에서는 이런 유형의 별명이 많이 불렸다.

고객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별명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별명을 설정한다. 그렇다고 모든 별명이 다 가능한 것은 아니다. 스타벅스는 성적인 농담이나 욕설이 섞인 별명은 금지한다.

스타벅스는 고객과의 소통을 중시한다며 매장에서 진동벨을 사용하지 않는다. 본사가 있는 미국 등에서는 고객에게 이름을 물은 후 그 이름으로 부른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자신의 이름이 공공장소에서 불리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문화를 감안해 별명 서비스가 실시됐다. 스타벅스가 진출한 70개 국가 중 이 같은 서비스를 하는 곳은 한국뿐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타벅스는 치열한 커피 시장에서 가격이나 맛을 뛰어넘어 감성이라는 새로운 경쟁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며 “고객의 자긍심을 높여서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스타벅스#콜 마이 네임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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