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수백번 단주주문 ‘작전 개미’ 제거작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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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S 통해 급락종목 초단타 거래… 주가 끌어올리고 시세차익 챙겨
1계좌 30종목이상 운용땐 집중감시… 거래소, 새로운 적발시스템 도입

개인 투자자 A 씨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주가가 급락한 종목 B를 찾아 사들였다. 그리고 다른 계좌 3개를 이용해 홀로 ‘작전’에 들어갔다. 그는 HTS의 단축키 기능을 이용해 비싼 값에 B주식 1주나 2주를 사겠다는 주문을 수백 번 반복하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면 1주씩 저가 매도도 했다. 이런 식으로 B주식의 거래량이 늘면서 주가도 2% 올랐다. 이어 A 씨는 미리 사두었던 B주식을 모두 매도해 차익을 챙겼다. 주가를 끌어올리고 빠져나가는 데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A 씨처럼 국내 증시에서 HTS를 활용해 시세를 끌어올리고 차익을 챙기는 개인 투자자, 이른바 ‘작전 개미’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HTS를 활용해 1, 2주씩 거래하는 ‘단주(端株) 주문’(10주 미만의 소규모 주문)으로 ‘초단타’ 시세조종에 나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주가 조작 감시 시스템을 개편하고 작전 개미 색출 작전에 들어갔다.

○ 거래소, “‘작전 개미’ 뿌리 뽑겠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초단기 시세조종 사례를 적발하기 위해 시장 감시 시스템을 개편했다”고 20일 밝혔다. 기존 시스템은 조직적 주가 조작 세력을 적발하기 위해 1인 1계좌 1종목을 선정해 감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으로는 1명이 1계좌에서 여러 종목을 단주 거래하는 식의 초단타 시세조종을 포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우선 1계좌에서 30개 이상의 종목을 운용하는 투자자들을 집중 감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테마주나 변동성이 큰 종목들을 골라 주가를 끌어올린 뒤 소액의 이득을 챙겨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작전 개미들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다. A 씨 경우도 2012년 한 종목당 2%씩, 하루에 5∼6종목의 시세를 조종해 약 10%의 수익을 올리다가 당국에 적발됐다. 조사 결과 A 씨는 이런 식으로 17개 종목의 시세를 조종해 6억5000만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 AI 기술과 결합하면 더 위험


거래소는 개인 투자자들의 시세조종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로 2012년 단주 매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단주매매는 정상적 거래이며, 지나친 규제가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대로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다. 당시 코스닥 시장에서 10주 이하의 소량 매수 주문 건수는 전체의 42.5%를 차지했고, 1주 매수 주문 건수가 절반을 차지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1주 매수 주문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약 40%, 10주 이하 매수 주문은 약 62%로 집계됐다.

거래소는 최근 작전 개미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보고 대책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HTS의 급락 종목 찾아주기 기능이나 매수 매도 단축키 등이 개인 투자자의 시세조종에 악용되고 있다”며 “인공지능(AI) 기술이 보급되면 이 같은 불공정 매매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시스템을 개편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주 매매를 통한 시세조종을 입증하는 게 쉽지 않아 불공정 거래 모니터링의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따라 거래소 내부에서는 ‘단주 매매 시세조종’을 ‘시장교란 행위’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재판을 통해 불법이 입증되기 전이라도 과징금을 부과할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한정연 기자 pressA@donga.com
#단주주문#작전 개미#주가#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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