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용인 등 23곳 보증심사 강화… 건설사들 “경기 악화” 분양 서둘러
미분양 우려… 임대전환 등 필요
미분양 위험이 높은 지역의 새 아파트 분양이 한층 까다로워진다. 수도권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주택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 보증 심사를 대폭 강화해 분양 물량 조절에 나선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경기 용인·파주·화성시 등 미분양 우려가 큰 전국 23개 시군구의 분양 보증 심사를 이달부터 강화한다고 17일 밝혔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신규 분양된 아파트 입주민이 집단 대출을 받을 때 계약금과 중도금 대출 등을 보증하고 있다. 보증 심사 기준을 강화하면 집단 대출 등이 어려워져 분양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번에 심사가 강화되는 대상은 미분양 물량이 500채 이상인 지역 중 미분양이 3개월 전보다 50% 이상 늘거나 전년 평균 대비 2배 이상으로 증가한 곳이다. 이달 기준으로 경기 광주·고양·김포·남양주·용인·파주·평택·화성시, 인천 서구, 대구 달성군, 대전 유성구, 경남 거창군, 경북 구미·경주·포항시, 전남 나주시, 충남 부여군·서산시·아산시·예산군·천안시, 충북 진천군·충주시 등 총 23곳이다. 지금까지는 주택보증공사의 지사에서만 보증 심사가 이뤄졌지만, 이들 지역에서는 본사의 2차 심사까지 통과해야 한다.
공사가 분양 보증 심사를 강화한 것은 금리 인상 우려와 각종 금융 규제로 수요자와 건설사의 돈줄이 모두 죄어지는 상황에서도 건설사들이 ‘밀어내기 분양’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 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다음 달 전국에서 분양될 아파트는 61개 단지, 4만3020채로 이달(2만2159채)보다 두 배 정도 많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후 3월 분양 물량으로는 가장 많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5월 수도권 이외 지역으로 확대되면 주택 경기가 더욱 나빠질 것”이라며 “1분기(1∼3월) 이내에 분양을 마치려 한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분양된 단지들도 덜 팔린 상태에서 공급이 몰리면 미분양이 늘 것”이라며 “건설사들은 분양 물량을 임대로 전환해 공급하는 등 유연한 사업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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