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기 화성시의 한우 농장에서 농민 문종헌 씨가 소에게 여물을 주고 있다. 문 씨는 “한우 값이 오르면 수입육을 찾는 이들이 늘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제공
경기 화성시에서 30여 년간 한우를 키우고 있는 문종헌 씨(56)는 설 대목을 앞둔 요즘 걱정이 많다. 최근 한우 값이 급등하면서 한우보다 호주산이나 미국산 쇠고기 등 수입육을 찾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고 있어서다. 문 씨는 “가격이 올랐다고 좋은 게 아니라, 저렴한 수입 쇠고기를 찾는 이들이 늘어 한우 수요가 줄면 결국은 농가가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고공행진을 이어 온 한우 가격은 설을 앞두고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24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9일 한우 지육(뼈를 발라내지 않은 고기) 1kg당 도매가격은 1만9215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1월 들어 평균 가격은 22일 기준 1만881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1.9% 올랐다. 2010년 이후 광우병 사태 여파로 쇠고기 가격이 급락하자 2012년부터 한우 마릿수 감소정책을 실시하면서 꾸준히 가격이 오른 결과다.
한우 값이 오르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입 쇠고기 수요는 껑충 뛰었다. 지난해 쇠고기 수입량은 29만7265t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호주산과 미국산은 2012년과 비교해 수입량이 각각 32.3%, 12.5% 늘었다. 이형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한우 값 상승은 최소 1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소의 사육 마릿수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어 수입육이 국내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명절 대목을 앞두고 한우 가격이 폭등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유통업체다. 유통 물량이 부족해 냉장·냉동 한우 선물세트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서다. 이마트는 한우 가격 급등 조짐이 보이자 설 선물세트 물량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여름부터 냉동 갈비를 비축하기 시작했다. 냉동 육류는 최대 18개월까지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세가 소폭이라도 떨어지는 시기에 미리 사들여 놓은 것이다.
21일 방문한 경기 광주시의 이마트 미트센터에서는 설 선물세트 포장이 한창이었다. 지난해 7월부터 시세가 떨어질 때마다 소를 사들여 총 7만 개(소 6800마리)의 냉동 선물세트를 준비했다. 작업장 한편에서는 기름기가 적어 질긴 2등급 한우 등심을 철심으로 찔러 근섬유를 찢는 ‘텐더라이징(tenderizing·고기를 부드럽게 하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소비자들이 잘 찾지 않는 2등급 한우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내놓은 일종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오현준 이마트 축산담당 바이어는 “직접 한우 경매에 참여하고, 유통 마진을 줄여 10% 이상 가격 절감 효과를 통해 한우 소비 촉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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