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국부펀드와의 우리은행 매각 협상이 난항을 겪자 정부가 대안 모색에 나섰다. 저유가 쇼크로 투자 여력이 떨어진 중동 대신 자금이 풍부한 유럽에서 새로운 인수자를 찾겠다는 것이다.
10일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 민간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더이상 중동 국부펀드만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이며 새로운 대안을 찾아 움직여야 한다는 인식이 많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우리은행 매각 협상 전담팀을 구성해 중동 지역 국부펀드들과 지분 매각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최근 저유가가 계속되자 재정난을 우려하는 중동 산유국들이 해외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섰고, 우리은행 매각 협상 역시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윤 위원장은 “중동의 투자 여력은 단기간 내에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양적완화로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든 유럽은 상대적으로 투자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가 잇달아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것도 유럽 투자자들의 한국 투자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다음 달 중순 영국 런던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지역을 돌며 직접 투자설명회(IR)에 나설 예정이다. 이 행장은 우리은행의 자산건전성 지표를 바탕으로 실적 대비 현재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투자자들을 설득할 방침이다. 우리은행 주가는 지난해 4월 말 1만185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8일 종가 기준 8540원까지 떨어졌다.
다만 아직까지 중동의 아부다비투자청처럼 유럽의 특정 투자자가 우리은행 인수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당장 중동에서 유럽으로 협상 대상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면서 “어디가 됐든 매수자가 나타나면 언제든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기존의 경영권 매각 방식에 과점 주주 매각 방식을 결합한 새로운 우리은행 민영화 추진 방향을 내놨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 측은 “매각 기한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빨리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