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금융개혁 戰線 확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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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부총리 “은행권 低실적 高임금” 질타에…
금융위원회-업계 비상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10일 “금융개혁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질타하고 나서면서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와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정부의 금융개혁은 은행권의 보신주의 영업 관행 타파, 당국의 규제 완화와 감독체계 개편 등 금융권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법·제도 개선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러나 최 부총리가 “금융개혁의 핵심은 노사 문제”라고 말하면서 금융권의 고비용 인력 체제와 직원들의 노동생산성 등 보다 민감한 현안으로 개혁의 전선(戰線)이 갑자기 확대되는 모양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2일 최 부총리의 지적에 대해 “중요한 문제인 것은 맞다.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페루 리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은행 영업시간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짧은데 직원들은 고액 연봉을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금융개혁에는 노조개혁이 수반돼야 금융 서비스의 질과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실제 국내 금융사들의 경영 상태를 보면 직원들의 보수는 다른 업종에 비해 훨씬 높은 편이지만 수익성과 고용창출 능력은 크게 떨어진다. 대표적인 금융권의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을 보면 한국은 지난해 0.4% 수준으로 미국, 호주 등 선진국의 절반에 못 미친다. 금융·보험업 취업자 수도 올해 8월 78만6000명으로 2년 전인 2013년 8월(88만1000명)보다 10만 명이나 감소했다. 이렇게 생산성이 떨어지고 영업 행태도 구멍가게 수준을 면치 못하다 보니 각종 기관들이 발표하는 글로벌 은행 순위에서 50위 이상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국내 은행은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최 부총리의 이런 지적이 현실을 몰라서 하는 말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선 최 부총리는 “오후 4시에 은행 문을 닫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질타했지만 선진국 은행들의 폐점 시간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의 소매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영업을 마치는 시간은 주(州)마다 다르지만 오후 4∼5시 정도이고, 일본 도쿄미쓰비시UFJ은행은 영업시간이 오후 3시까지로 한국보다 오히려 짧다. 게다가 국내 시중은행들은 맞벌이 부부나 외국인 근로자 등 고객 수요를 감안해 일부 지역에서 주말·야간 점포도 운영하고 있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9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점포 영업시간을 문제 삼는 것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왜 더 혁신적인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냐고 지적했다면 차라리 납득했을 텐데 오프라인 영업시간을 거론하니 조금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입행한 지 10년만 지나면 놀면서도 억대 연봉을 받는다”는 비판도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 10년 차 행원 연봉은 은행마다 다르지만 세전(稅前) 기준으로 7000만∼8000만 원 선이다. 억대 연봉에 진입하려면 입행한 지 최소 15년은 지나야 한다. 또 대다수 은행에 성과급제가 적용되고 있어 같은 연차라도 인사고과나 평가에 따라 연봉이 적지 않게 차이가 난다.

다만 정부는 금융권의 고액 연봉에 대한 사회의 비판적인 시선을 감안해 이 부분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 임금피크제와 희망퇴직 등으로 과거의 ‘철밥통’ 이미지는 사라졌지만 금융공기업을 비롯한 은행권의 임금은 다른 직종에 비해 여전히 크게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의 노동조합들이 대표적인 ‘귀족 노조’라는 비판을 받아 왔고 사무직 근로자로 구성된 노조 중 강성에 속한다는 점도 사실에 가깝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성과주의 문화와 인센티브 확산에 대해서는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있다”면서도 “공기업 등과 달리 금융회사의 직원 보수 등은 노사 협상을 통해 풀 문제라서 정부가 개입해서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유재동 jarrett@donga.com·장윤정 기자
#금융개혁#확대#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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