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전-충북혁신센터 방문
“신기술 개발은 모든 기업의 의무” 입주 벤처인들 만나 사업 조언도
“그런데 수요는 있나요?” “칩은 개발했으니 이걸 활용할 알고리즘은 누가 만들죠?” “은행에서 이 시스템을 편안하게 느껴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첫 현장경영 행선지는 창조경제혁신센터였다.
18일 오전 10시 대전 유성구 KAIST 나노종합기술원 9층의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한 최 회장은 ‘1기 드림벤처스타’ 10개 기업을 일일이 둘러봤다. 지난해 10월 입주한 이 기업들은 이달 24일 졸업해 센터를 떠난다.
최 회장은 이산화탄소 센서용 칩의 원리, 발열 소재의 효율, 당도 측정용 초소형 분광기의 성능 등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적극적인 질문을 던졌다. 기업인답게 해당 제품의 비즈니스 모델과 시제품 출시 여부에도 관심을 보였다. 또 최 회장은 박지만 엘센 대표가 회사명을 설명하기 위해 “회장님, 엘(EL)의 뜻을 아십니까”라고 묻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답게 “네, 신(神)이죠”라고 답했다.
최 회장의 창조경제혁신센터 방문은 박근혜 정부의 주요 시책 중 하나인 ‘창조경제’에 적극 호응하면서 SK그룹에 필요한 신성장동력 발굴에 힘쓰겠다는 두 가지 메시지를 한꺼번에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기술 경쟁력이 있어야 기업도 국가 경제도 성장할 수 있다”며 “SK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기술을 개발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기업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후 점심시간을 아끼기 위해 입주기업 대표들과 ‘도시락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김영태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등 임원 8명도 함께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실패할 기업은 실패해야 또 새로운 기업이 나타나 벤처생태계가 선순환된다”며 “그러나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넘지 못하더라도 회사와 기술만 망해야지, 사람은 다치면 안 되기 때문에 그런 걸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패한 벤처사업가들이 재기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여러분이 데스밸리를 넘기 위해선 적어도 두 가지 사업 아이템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건넸다. 이정훈 씨메스 대표는 “벤처들이 필요한 부분을 얘기하면 ‘검토해 보겠다’는 형식적인 답변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얘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 “남들 장점도 보자” LG 충북센터 찾아 ▼
최 회장은 본보 기자에게 “벤처인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니 참 기분이 좋다”며 “(혁신센터와 국내 사업장들을) 다 둘러보고 난 뒤 추가 지원 방안 등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세종 조치원읍의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와 정보통신기술(ICT) 및 에너지·화학기술을 농업에 접목한 ‘창조마을 시범사업’ 현장에도 들러 현황을 점검했다. 창조마을의 한 토마토 농장에서는 농민들과 대화하면서 ICT가 어떻게 생산량 증대에 도움을 주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최 회장은 이어 LG그룹이 지원하는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도 전격 방문했다. 대전과 세종센터를 둘러보던 중 “맨날 우리가 하는 것만 봐서 되겠느냐. 남들이 잘하는 것도 한번 보고 싶다”고 해 갑자기 추가된 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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