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회장 첫 현장행보는 ‘창조경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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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전-충북혁신센터 방문
“신기술 개발은 모든 기업의 의무” 입주 벤처인들 만나 사업 조언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18일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이경수 테그웨이 대표(오른쪽)로부터 구부러지는 열전소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18일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이경수 테그웨이 대표(오른쪽)로부터 구부러지는 열전소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SK그룹 제공
“그런데 수요는 있나요?” “칩은 개발했으니 이걸 활용할 알고리즘은 누가 만들죠?” “은행에서 이 시스템을 편안하게 느껴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첫 현장경영 행선지는 창조경제혁신센터였다.

18일 오전 10시 대전 유성구 KAIST 나노종합기술원 9층의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한 최 회장은 ‘1기 드림벤처스타’ 10개 기업을 일일이 둘러봤다. 지난해 10월 입주한 이 기업들은 이달 24일 졸업해 센터를 떠난다.

최 회장은 이산화탄소 센서용 칩의 원리, 발열 소재의 효율, 당도 측정용 초소형 분광기의 성능 등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적극적인 질문을 던졌다. 기업인답게 해당 제품의 비즈니스 모델과 시제품 출시 여부에도 관심을 보였다. 또 최 회장은 박지만 엘센 대표가 회사명을 설명하기 위해 “회장님, 엘(EL)의 뜻을 아십니까”라고 묻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답게 “네, 신(神)이죠”라고 답했다.

최 회장의 창조경제혁신센터 방문은 박근혜 정부의 주요 시책 중 하나인 ‘창조경제’에 적극 호응하면서 SK그룹에 필요한 신성장동력 발굴에 힘쓰겠다는 두 가지 메시지를 한꺼번에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기술 경쟁력이 있어야 기업도 국가 경제도 성장할 수 있다”며 “SK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기술을 개발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기업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후 점심시간을 아끼기 위해 입주기업 대표들과 ‘도시락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김영태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등 임원 8명도 함께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실패할 기업은 실패해야 또 새로운 기업이 나타나 벤처생태계가 선순환된다”며 “그러나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넘지 못하더라도 회사와 기술만 망해야지, 사람은 다치면 안 되기 때문에 그런 걸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패한 벤처사업가들이 재기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여러분이 데스밸리를 넘기 위해선 적어도 두 가지 사업 아이템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건넸다. 이정훈 씨메스 대표는 “벤처들이 필요한 부분을 얘기하면 ‘검토해 보겠다’는 형식적인 답변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얘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 “남들 장점도 보자” LG 충북센터 찾아 ▼


최 회장은 본보 기자에게 “벤처인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니 참 기분이 좋다”며 “(혁신센터와 국내 사업장들을) 다 둘러보고 난 뒤 추가 지원 방안 등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세종 조치원읍의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와 정보통신기술(ICT) 및 에너지·화학기술을 농업에 접목한 ‘창조마을 시범사업’ 현장에도 들러 현황을 점검했다. 창조마을의 한 토마토 농장에서는 농민들과 대화하면서 ICT가 어떻게 생산량 증대에 도움을 주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최 회장은 이어 LG그룹이 지원하는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도 전격 방문했다. 대전과 세종센터를 둘러보던 중 “맨날 우리가 하는 것만 봐서 되겠느냐. 남들이 잘하는 것도 한번 보고 싶다”고 해 갑자기 추가된 일정이었다.

대전·세종=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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