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혈세 빼먹는 국고보조사업 방치한 정부가 문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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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정부는 1년간 3119억 원의 국가보조금을 부당하게 타 내거나 유용한 5552명을 무더기로 적발하면서 민간 사업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했다. 어제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국고보조사업 운용평가 결과를 보면, 혈세를 빼먹은 주체는 사실상 정부라는 사실을 알 수 있어 충격적이다. 정부가 민간이나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하는 국고보조사업이 올해 1819개, 58조4000억 원으로 예산의 15%를 차지하는데 기재부가 조사한 1422개 사업 중 정상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51.6%뿐이고 나머지는 폐지, 감축, 통폐합 대상이라는 것이다.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의 외국 전문인력 채용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외국인 체재비 22억3000만 원을 지원한 사업은 민간이 줄 돈을 혈세로 퍼준 것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음식관광산업화라는 명분으로 2001년부터 20억 원씩 지원한 사업의 성과를 관련 업계 말고 누가 누렸는지 모르겠다. 전체 국고보조사업의 절반이 이런 식으로 함부로 쓰였다니, 세금 내느라 허리가 휘는 국민은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기재부는 이번 평가 결과에 따라 2017년까지 사업 수를 약 10%(140개) 줄여 1조8000억 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처음부터 국고보조사업 선정과 감독을 엄격하게 하지 못한 데 대한 문책도 없이, 잘못했던 것을 바로잡으면서 ‘예산 절감’이라고 내세우니 어이가 없다.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부처 담당자들이 보조금을 고유권한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 개혁을 적극적으로 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고 했다. 국고보조사업의 절반이 개혁대상인데 기재부가 겨우 10%만, 그것도 2년에 걸쳐 줄이겠다는 것이야말로 ‘개혁의지 부족’이다.

정부는 작년 12월 국고보조금 부정수급을 막는 종합대책으로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방안을 내놓았다. 박 대통령도 5월에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을 강조했다. 그런데도 이 시스템은 2017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업무 재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 정부 집권 중에 ‘눈먼 돈’과 다름없는 국고보조금 문제가 바로잡힐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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