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끊는 일본, 日맥주 취한 한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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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술 수출 감소-일본술 수입 급증… 日 혐한 분위기-엔저로 엇갈린 양상

일본 도쿄(東京)에 사는 재일교포 구지영 씨(42·여)는 한때 한류(韓流) 바람을 타고 한국 술이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는 소주, 막걸리를 종종 마셨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지 않는 편이다. 그는 “지역별로 워낙 다양한 술이 생산되는 일본과 달리 한국 술은 종류나 브랜드가 한정적”이라며 “이제는 한류 붐도 아닌데 굳이 한국 술을 찾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일본인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주, 막걸리 등 한국 술의 일본 수출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반면 일본 맥주의 한국 판매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 감소의 원인으로는 한국 술의 구색 부족과 일본에 이는 혐한(嫌韓) 분위기가, 수입 급증의 원인으로는 엔화 약세가 꼽힌다.

1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주의 일본 수출액은 6781만 달러(약 753억 원)로 2013년(7897만 달러·약 876억 원)보다 14.1% 줄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수출액의 감소율(7.4%)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막걸리의 일본 수출도 급감했다. 지난해 막걸리 수출액(915만 달러·약 102억 원)은 2013년(1363만 달러·약 151억 원)보다 32.9%나 줄었다. 이는 막걸리를 일본에 가장 많이 수출했던 2011년(4842만 달러)의 5분의 1 수준이다.

반면 일본 맥주의 국내 수입은 급증세다. 일본 맥주 수입액은 2013년 2794만 달러(약 310억 원)에서 지난해 3321만 달러(약 369억 원)로 18.9% 증가했다. 수입량 기준으로는 2만5047t에서 3만1914t으로 27.4%나 늘었다.

주류업계는 이에 대해 엔화 약세, 한류 약화 등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엔화 표시 가격을 올리면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대기업을 빼곤 수출을 포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일본 내 한류가 사그라지고 혐한 기류가 확산되면서 한국 제품을 찾는 이들이 줄어든 것도 수출 감소의 요인이다.

반면 엔화 약세는 일본 맥주 수입 원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업체들이 일본 맥주의 국내 판매 가격을 낮추거나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벌여 소비자를 끌어들이면서 판매량도 덩달아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막걸리#일본#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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