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신사 롤스로이스 ‘SUV 외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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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언론 “첫 럭셔리 SUV 개발중”
최고급 세단 시장 한계 직면하자… 벤틀리 등과 함께 SUV열풍 가세
골수팬들은 정체성 실종 우려

러시아 언론에 소개된 롤스로이스 SUV의 스파이샷(위 사진). 개발 중인 모델이어서 실제 양산차 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 왼쪽 사진은 람보르기니가 개발 중인 ‘우루스’ 콘셉트카. 정식 모델은 2017년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infosmi.net 캡처·람보르기니 서울 제공
러시아 언론에 소개된 롤스로이스 SUV의 스파이샷(위 사진). 개발 중인 모델이어서 실제 양산차 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 왼쪽 사진은 람보르기니가 개발 중인 ‘우루스’ 콘셉트카. 정식 모델은 2017년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infosmi.net 캡처·람보르기니 서울 제공
최고급 세단 브랜드로 유명한 영국의 롤스로이스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자동차 업계에 부는 SUV 열풍이 소형(콤팩트) SUV를 넘어 억대의 고급 브랜드까지 번지고 있는 셈이다.

롤스로이스 최고경영자(CEO) 토르스텐 뮐러외트뵈스는 18일(현지 시간) 영국 굿우드에서 “압도적이고 우아한 신모델을 개발 중”이라고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발표했다. 새 모델에 대해 롤스로이스는 공식적으로 “어떤 지형에서도 롤스로이스다운 주행이 가능하고 새로운 알루미늄 섀시를 기반으로 한 ‘높은 차체의’ 모델”이라고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 BBC 등 현지 언론들은 이 모델이 SUV라고 보도하고 있고, 자동차 전문 사이트를 중심으로 개발 중인 모델에 대한 스파이샷도 떠돌면서 사실상 새 모델이 SUV라는 설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롤스로이스가 자사의 첫 SUV 모델을 발표하면 팬텀, 고스트, 레이스 등으로 대표되던 고급 세단 중심의 라인업에 전혀 새로운 모델이 생기는 셈이다.

자동차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 모델은 ‘컬리넌’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컬리넌은 1905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3100캐럿짜리 전설적인 다이아몬드 원석의 이름이다. 롤스로이스는 새 모델을 2017년경 선보일 계획이다.

재벌이나 갑부들이 타고 다니는 최고급 세단을 만들던 롤스로이스까지 SUV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SUV 인기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자동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SUV도 세단 못지않은 정숙하고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실용성과 다목적성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롤스로이스 이전부터 다른 고급차 브랜드들도 잇따라 SUV 열풍에 합세했다. 벤틀리도 개발 중인 고급 SUV의 이름을 ‘벤테이가’로 정하고 전체 모습을 올해 말에 공개한 뒤 내년부터 판매하기로 했다. 마세라티도 내년 자사의 첫 SUV인 ‘르반테’를 출시하기로 했고, 람보르기니도 SUV 콘셉트카 ‘우루스’를 공개했다. ‘우루스’는 2017년 양산될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수억 원대의 고가 SUV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고급 SUV 시장의 등장은 포르셰의 SUV ‘카이엔’과 ‘마칸’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카이엔과 마칸은 낮은 차체의 날렵한 스포츠카로 대표되던 포르셰의 이미지를 단숨에 바꿔놓으며 포르셰의 대표 모델로 자리 잡았고, 동시에 포르셰의 고객층을 크게 넓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서 팔린 포르셰 2568대 중 1532대(59.7%)가 이 두 모델이었다. 세단과 스포츠카만으로는 한계를 느낀 고급차 브랜드들이 이 같은 성공에 자극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SUV 모델 때문에 각 브랜드가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고유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포르셰도 처음 SUV를 개발한다고 발표했을 때 많은 골수팬들이 반발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동차 업체로서는 ‘대세’를 거스르기 힘든 상황이다. 롤스로이스의 뮐러외트뵈스 CEO는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동차는 그 시대의 흐름과 같이해야 한다.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되며, 흐름에 부합하는 매력적인 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세라티의 파브리지오 카졸리 일본 법인장(한국 시장 총괄)도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처음에는 반발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누구도 포르셰의 SUV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롤스로이스#SUV#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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