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매일 이별하며 살고… 아픈만큼 성숙해지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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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라거나 진화하거나 성숙하기 위해서는 소중한 것을 버리고 떠나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 가장 먼저 버리고 떠나야 하는 것은 어머니의 배이다.―‘제3인류’(베르나르 베르베르·열린책들· 2014년) 》

얼마 전 회사 팀장이 늦둥이를 낳았다. 꼬물꼬물 귀여운 남매 쌍둥이였다. 헌데 이미 초등학생 아들을 둔 팀장도 쌍둥이 육아는 버거운 모양이었다. 아이를 낳고 몇 달간 눈은 퀭하니 들어갔고 콧잔등에는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밤마다 아이들이 번갈아 깨서 우는 통에 잠을 한숨도 못 잤다고 했다. 한창 브라질 월드컵을 하던 때라 팀장은 우는 아이들을 달래가며 축구 경기를 시청해야 했다.

‘개미’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따르면 인생은 ‘이별과 포기의 연속’이다. 어머니의 배 속을 떠나 혹독한 세상에 나온 아이는 첫 번째 이별의 아픔에 그토록 서럽게 우는가 보다. 밤마다 쌍둥이를 어르고 달래던 팀장에게도 ‘100일의 기적’이 찾아왔다. 팀장은 부쩍 사람다워진 얼굴을 하고는 “역시 100일이 지나니까 아이가 밤에 잠을 좀 잔다”며 흡족해했다.

아이에게 그 100일은 이별을 받아들이는 시간이었다. 축복받아야 할 아이에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앞으로 무수히 많은 이별이 남아있다. 이제 곧 어머니의 따듯한 젖가슴과 이별하고 플라스틱 젖꼭지를 받아들여야 한다. 베르베르에 따르면 생후 8개월쯤이면 ‘아기의 애도’라고 불리는 아픔을 겪는다. 어머니와 따로 떨어져 있음을 의식하면서 생기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런 낯가림은 10개월가량 지속된다고 한다.

아이처럼 버리고 떠나는 아픔을 겪으면서 성숙해진다고 하지만 요즘은 떠나보내는 것이 너무 많다. 철없던 어린시절의 꿈과 작별한 지 오래다. 불과 몇 년 전 회사에 입사했을 때 다짐했던 분홍빛 신념도 푸르게 바래졌다. 이별을 받아들이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는 것 같아 슬프다. 서른 즈음의 요즘 어쩌면 김광석의 노랫말처럼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베르나르 베르베르#이별#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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