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권오갑 현대重사장 “나흘간 직원들 손 잡아보니 느낌이 왔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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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노조원과 일일이 악수한 권오갑 현대重사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오른쪽)이 24일 오전 울산 본사 해양사업부 출입문에서 출근하는 직원의 손을 잡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권 사장은 비를 맞으며 직원들에게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제공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오른쪽)이 24일 오전 울산 본사 해양사업부 출입문에서 출근하는 직원의 손을 잡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권 사장은 비를 맞으며 직원들에게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제공
“제가 4일간 직원들 손을 잡아봤잖아요. 느낌이 와요. 직원들도 회사가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노조가 파업 찬반 투표를 무기한 연장하긴 했지만…. 믿습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63)은 27일 밤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토요일인 이날도 출근했다는 권 사장의 목소리는 지쳐 있었다. 하지만 노조에 대한 믿음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권 사장은 노조가 파업 찬반 투표를 벌인 23∼26일 울산 본사 정문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회사가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권 사장은 노조가 원래 26일 오후 1시까지로 예정돼 있던 파업 찬반 투표를 무기한 연장한 데 대해 “마음을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과반수(9000표)가 나올 때까지 투표를 하겠다는 건데 그러면 안 되는 거지만 마음을 내려놨습니다. 우리(사측)가 비판하면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자신들(노조 집행부)도 입장이 난처해 그렇지 않겠습니까.”

27일까지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수는 약 75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25일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려 파업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노조가 파업 절차를 밟으려면 조합원 전체(1만8000명)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투표 참여자가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해도 아직 한참 모자란다.

조합원으로부터 과반수 찬성을 얻어내 파업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돼도 파업 규모나 시기 등은 쟁의대책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대개 잔업이나 특근 거부와 같은 부분 파업부터 시작해 총파업 수순을 밟는다.

권 사장은 “만약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하루에 매출액 손실이 1000억 원 이상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2분기(4∼6월)에 회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1조1037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현대중공업을 정상화시켜야 하는 임무를 떠안고 임명된 권 사장은 “열심히는 하고 있는데 힘들다. 쉽지가 않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투표 기간을 연장한 노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일부 조합원 사이에서도 나오는 등 파업에 대한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노조 게시판에는 ‘집행부는 투표율이 70%라고 하면서 공개도 안 하고 파업을 안 하는가. 완패를 인정하라’ ‘투표를 하지 말라고 압박을 주는 회사나 어떻게든 표 한 장 더 받으려고 투표기한을 무기한 연장한 노조나 서로가 잘못됐다’ 등의 지적이 올라왔다.

강성노조 집행부의 생각과 달리 대다수 조합원은 파업에 부정적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결과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투표를 진행한 지 며칠이나 됐는데도 과반수를 못 채웠다는 건 대부분 파업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는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현대차 노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내 동호회 단체인 연합동호회는 최근 대자보를 통해 “파업 장기화는 모두의 공멸을 초래할 뿐”이라며 “임금교섭을 조속히 마무리해달라”고 밝혔다. .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권오갑#현대중공업#현대중공업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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