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금융당국 업무태만이 동양사태 키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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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금융위 간부 문책 요구
“불완전 판매 알고도 사실상 방치… CP문제 보고받고 수년간 묵살
産銀도 동양에 1400억 부당대출”… 감독부실 금융당국 책임론 확산

금융당국이 4만여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동양그룹 사태’의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알고도 이를 수년간 방치해왔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동양그룹의 계열사 부당지원과 불완전판매 등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동양 사태를 사전에 막기는커녕 오히려 키워왔다는 비난을 받게 되면서 동부그룹 등 향후 대기업에 대한 당국의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동양 사태 막을 기회 수차례 방치”

감사원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3개 시민단체의 공익감사 청구에 따라 올 1∼2월 동양증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검사와 감독실태 등을 감사한 결과를 14일 공개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금융당국이 동양 사태의 발생 징후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면서도 관리감독을 전반적으로 소홀히 해 문제를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2012년 2월 “동양증권이 회사채를 불완전판매 하고 있다”는 취지의 검사결과를 금융감독원에 보냈다.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소화되기 힘든 동양그룹의 투기등급 회사채가 계열사인 동양증권을 통해 개인투자자에게 대거 팔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에 대한 검사 여부조차 검토하지 않은 채 동양증권에 “내부통제를 강화하라”는 내용의 지도공문만 한 차례 보냈다. 그 후 2013년 9월까지 동양증권의 회사채 판매잔액은 1조 원 이상으로 불어나며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금감원은 앞서 2008년 9월에도 동양증권이 투기등급인 계열사 기업어음(CP)을 조직적으로 판매해 ‘신탁업 감독규정’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했지만 인가 취소 등 제재 조치를 하지 않고 CP 규모를 감축하겠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만 체결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후 동양증권이 약속 이행이 어렵다고 금감원에 통보해 이 MOU는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

법·제도 정비를 맡고 있는 금융위원회 역시 안이한 태도로 사태를 악화시킨 데 한몫을 했다.

금융위는 2006∼2007년 동양증권이 계열사 CP를 계속 확대하면서 투자자의 위험을 키운 사실을 알고서도 정작 2008년 8월 관련법규에서 ‘계열사 지원금지 규정’(대기업 계열 증권사가 고객의 신탁자금으로 계열사를 부당지원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삭제했다. 금융위는 이후에도 동양증권의 CP 문제를 금감원으로부터 세 번이나 보고받았지만 수년간 이를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 금감원 담당 간부에도 문책 요구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 역시 동양그룹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동양그룹의 재무구조개선 업무를 맡은 산업은행은 동양메이저의 동양시멘트 주식 매각 계획과 각종 옵션 계약이 대주주에 대한 부당지원 소지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2008년 1400억 원을 대출해줌으로써 결과적으로 동양메이저의 재무구조 악화를 초래했다. 감사원은 “당시 산은 담당자가 이 문제를 잘 알고 있었지만 동양메이저가 자금지원을 간절히 요청해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처럼 동양 사태에 대한 사전 예방과 관리감독, 관련 제도의 정비가 모두 총체적인 부실로 드러남에 따라 금융당국에 대한 비판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관련 업무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당시 금융투자검사 업무를 담당한 금감원 국장과 팀장을 문책할 것을 요구하고, 금융위에도 관련자들에 대한 주의 조치를 하라고 통보했다.

한편 금융계 일각에서는 최근 KB금융에 대한 징계를 둘러싼 금융당국과 감사원의 미묘한 갈등 구도 때문에 감사 수위가 이례적으로 높아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감사원은 최근 임영록 KB금융 회장을 징계하려는 금융당국에 “유권해석에 문제가 있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식으로 감사 결과를 통보받는 대로 후속 조치를 조속히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정임수 기자
#동양사태#금감원#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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