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달리기의 계절… 하루키 “내가 계속 뛰는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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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달리는 연습을 중지한다면 틀림없이 평생 동안 달릴 수 없게 될 것이다.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는 대형 트럭 가득히 있다. 우리가 할 일은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 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것뿐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무라카미 하루키·문학사상·2009년) 》

세계적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 사랑은 유명하다. 하루키가 달리기를 시작했던 나이는 서른세 살. 이때 소설가로서 본격적인 출발도 시작됐다. 그는 스스로 육체노동이라고 말하는 장편 소설을 제대로 쓰기 위해 지구력과 집중력을 길러주는 달리기를 선택했다.

그가 소설가로서 갖춰야 할 중요한 자질로 꼽은 세 가지는 재능, 집중력, 지속력이다. 재능은 타고나야 하지만 집중력과 지속력은 후천적으로 획득할 수 있고 자질을 향상시켜 나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마치 매일 달리기를 계속함으로써 근육을 강화하고 러너로서의 체형을 만들어가는 것과 같은 종류의 작업이라는 것이다.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은 또 사는 것의(나에게 있어서는 글쓰기) 메타포(비유)이기도 하다.”

소설가에게 판매 부수나 문학상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들은 뭔가를 이룩했는가의 기준이 될 수 있겠지만 본질적인 것은 아니다. 작품이 소설가 스스로 설정한 기준에 도달했는지가 소설가에게 가장 중요하며 그것은 변명이 통하지 않는 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을 쓰는 것은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 그는 이 책의 원고를 탈고한 시점인 2007년 8월 현재 25회의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다.

그는 자신의 묘비명을 이렇게 쓰고 싶다고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작가(그리고 러너)/1949∼20**/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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