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CEO]라이프스타일 브랜드, 女心 흔들고 대중과 가까워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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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명이 몰린 기상천외한 진풍경… ‘메트로시티’ 성공학

무더위가 한풀 꺾인 지난해 9월, 서울 강남의 한 특급호텔에서 진풍경이 펼쳐졌다.

한 국내 패션잡화 업체가 개최한 ‘2013 F/W 패션&컬처 트렌디쇼’가 진행된 이날, 평일 오전임에도 행사장 입구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이들이 손에 쥔 티켓에는 국내 패션 업계 최초로 패션과 예술, 공연을 융합시킨 ‘콘텐츠 페스티 벌’이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이른바 대한민국 1% 패셔니스트가 줄지어 입장한 행사장 안은 더 진풍경이었다. 이 행사는 국내 패션 업계에서는 드물게 셀러브리티, 바이어는 물론이고 일반인 관객까지 5000여 명이 참여한 초대형 패션쇼로 기록됐다. 도대체 왜, 그리고 무엇이 그들의 마음을 빼앗은 걸까.

대한민국 여성 3명 중 1명이 가진 핸드백


1997년 국내 론칭 이후 메트로시티의 핸드백 누적 판매량은 576만 개에 달한다. 통계청이 조사한 20∼50세 여성 수가 1100만 명임을 감안하면, 대한민국 주 소비층 여성 3명 중 1명이 메트로시티 핸드백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20대 여성이 처음 구입하는 명품”으로 불리는 지갑류 등도 한 달 평균 1만8000개가 팔려 나간다.

메트로시티는 현재 전국 102개 매장을 운영하며 매출 1500억 원대, 국내 3대 패션잡화 기업으로 성장했다. 핸드백, 구두 외에도 장갑, 우산, 주얼리, 시계 등 모든 카테고리에서 고루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토털 브랜드이기도 하다.

젊은 여성층에서 중년까지 두루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는 토털 패션 브랜드 ‘메트로시티’의 매스티지 파워의 비결은 뭘까.

‘트렌디한 클래식’ 사랑받는 시그니처 아이템


이탈리아 오리진인 메트로시티는 올해 17주년을 맞았다. 론칭 당시 선보인 ‘자카드(Jacquard) 백팩’과 M퀼팅 핸드백은 과감한 스타일로 기존 잡화 시장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국내 패션업계를 리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메트로시티는 다른 브랜드에 비해 유난히 롱런 아이템이 많은데 판매순위 10위 안에 드는 제품들은 최소 3년 이상의 제품들로서 12년째 순위에 있는 제품도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시간을 초월한 강력한 시그니처 아이템과 두꺼운 마니아 층이 있어야만 가능한데 샤넬 등과 같은 해외 유명 브랜드에서나 볼 수 있는 게 일반적이었다. 인기 상품의 수명이 짧은 브랜드들은 브랜드의 정체성 확립에 주력하기보단 유행을 좇아가기 바쁘기 때문에 마니아층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MQ563’이라는 퀼팅백은 유명인사의 레드카펫 아이템으로 유명하며 2009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무려 7만 개가 팔려 나갔다. ‘MF670’이란 빅 쇼퍼백은 2007년 출시 이후 이틀 만에 완판 기록을 세우며 현재 누적판매 8만9000개를 기록하고 있다. 출시와 동시에 완판되어 최소 한 달을 기다려야 구할 수 있다는 일명 웨이팅 백이라고 불리는 첫 광고 제품인 ‘MF404’와 배우 ‘황정음 지갑’으로 유명한 ‘WF540’도 꾸준히 베스트셀러로 사랑받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 ‘케이트 베킨세일’이 사랑하는 핸드백


메트로시티는 고급화와 글로벌화를 위해 밀라 요보비치(2011년), 메건 폭스(2012년), 아드리아나 리마(2013년) 등에 이어 영화 ‘진주만’ ‘토탈리콜’ ‘언더월드’의 여주인공 케이트 베킨세일까지 세계적인 할리우드 스타들만 모델로 발탁했다. 자신의 이미지와 직결된 광고촬영에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할리우드 여배우들은 자신의 마음에 꼭 맞아야만 촬영에 응한다. 그 때문에 광고모델이 바뀔 때마다 전 세계 각국의 팬들이 메트로시티의 SNS와 홍보담당자의 이메일 주소들을 알아내 광고에서 노출된 제품들에 대한 구매 문의가 쇄도하기도 한다.

메트로시티 올 시즌 뮤즈인 할리우드 배우 케이트 베킨세일은 광고 촬영 제안에 3시간 만에 이례적으로 로마 촬영 일정까지 바꾸며 흔쾌히 응했다는 후문이다.

▼ 대학생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글로벌 CEO’ “패션은 인문학… 고객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
인터뷰 / ㈜엠티콜렉션 양지해 대표


양지해 대표
양지해 대표
“메트로시티는 독창적인 디자인은 물론 제품 본연의 소재에 대한 자부심도 남다릅니다. 최상의 소재에 클래식과 트렌드를 넘나드는 디자인, 스마트한 디테일이 더해져 전 연령대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엠티콜렉션 양지해 대표는 요즘 패션업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경영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다. 대표이사에 취임한 지도 벌써 12년째에 들어섰다. 아버지인 ㈜엠티콜렉션 창업자 양두석 회장이 쌓은 토양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 회사의 고속성장을 견인해왔다. 취임 후 매출 400% 신장률을 보여주며 1500억 원대, 102개의 매장을 보유한 브랜드로 키웠다. 메트로시티의 성공의 비결은 소비자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소통으로 계속 변화하며 발전하는 것에 있다고 밝혔다.

양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 강연 때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가 있는 예술가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에 대한 연구는 끝없이 이뤄져야 하며 그렇기에 패션은 현대판 인문학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고, 예측하며 트렌드에 따라 소통하는 것이 패션이다. 그리고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갖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는 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창조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향후 외형만 키우는 글로벌 성장을 지양하는 대신 시간이 걸리더라도 새로운 명품 패션기업의 기본을 탄탄하게 만드는 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한다.

양 대표는 글로벌 패션브랜드의 미래를 밝힌 점을 높이 평가받아 지난해 7월 ‘2013 대한민국 글로벌 CEO’ 디자인 경영 부문 ‘글로벌 CEO’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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