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資 한달간 8조 유입… 환율 급락 막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5일 03시 00분


■ 외환당국 ‘전투모드’ 돌입

원-달러 환율이 9월 들어 30원 가까이 급락(원화가치 상승)하면서 외환당국이 사실상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한 ‘전투 모드’에 돌입했다. 최근 원화가치의 급등은 경상수지가 18개월째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과 다른 신흥국 간의 차별화가 심화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국내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24일 수출입업체의 자금담당 임원들을 긴급 소집해 외환시장 안정 방안을 논의했다. 원화 강세와 신흥국의 경제 불안이 수출에 타격을 줘 자칫 올 하반기 경기회복의 싹을 꺾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 “환율 하락세 막아라”…당국 사실상 전투태세


외환당국 관계자는 24일 “한국의 경제여건이 다른 신흥국보다 튼튼하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우리 통화가치가 글로벌 시장 흐름과 괴리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재 국내로 유입되는 자금이 급격하게 유출될 개연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코스피시장에 순(純)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8조 원이 넘는다. 지난달 23일 이후로 20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이다. 정부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으로 인도나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시장에서 유출된 자금의 상당 부분이 국내에 유입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 달러화 공급이 많아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이달 3일 달러당 1100원 선이 무너졌고 24일에는 종가 기준으로 1072.2원까지 떨어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연일 당국자의 구두 개입을 쏟아내는 등 시장을 진정시키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24일 아침에는 자동차 정유 중공업 등 주요 수출입 업체의 재무담당자를 불러 최근 외환시장 움직임에 대한 정부의 우려를 전달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 자리에서 수출업체는 달러 매도를 서두르고 수입업체는 매수를 미루는 ‘리딩 앤드 래깅’ 전략이 시장의 쏠림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런 움직임을 두고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경계 모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전투 모드’에 들어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금융위기 조짐이 보이는 신흥국과 한국은 다르다”며 ‘차별화론(論)’을 설파했던 정부가 이제는 거꾸로 차별화로 인한 지나친 자금 유입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린 것이다.

○ 미 출구전략, 한국 수출 발목 잡을 우려

정부가 최근 환율 움직임에 대해 극도의 민감함을 드러내는 것은 미국의 출구전략과 맞물려 돌아가는 세계경제 상황이 자칫 한국의 대외수출에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이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은 신흥국과의 차별화로 원화 강세 기조가 지속되고 주요 시장인 신흥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아 수출 여건이 이중으로 나빠지는 형국이다. 여기에 ‘아베노믹스’로 일본 엔화가치의 약세가 이어지고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경기회복이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 발생하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윤인구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고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이 모든 상황이 환율 하락을 이끄는 요인”이라며 “정부가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금은 거침없이 들어오는 외국인 자금이 나중에 언제든지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나친 원화 강세가 당장 수출이나 경상수지에 악영향을 주면 상당수의 외국인 자금은 주저 없이 한국 시장을 이탈할 가능성이 커진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온 외국인 자금의 상당 부분이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단기성 투기자금일 것으로 보고 있다.

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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