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 지우고 목걸이 안해도 예쁜 사람, 그게 진짜 예쁜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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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강희 LG전자 HE디자인연구소장의 ‘본질’ 철학

차강희 LG전자 HE디자인연구소장이 열정적으로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차강희 LG전자 HE디자인연구소장이 열정적으로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긴 곱슬머리, 듬직한 체구, 풍부한 성량. TV, 홈시어터, 모니터 등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차강희 LG전자 HE디자인연구소장(51·상무·사진)은 오페라 가수를 연상케 했다. 2006년 LG전자가 디자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선발한 최초의 ‘슈퍼 디자이너’ 출신으로, 이 회사의 MC디자인연구소장을 지냈다. 그는 LG전자의 히트작인 초콜릿폰, 샤인폰, 프라다폰을 디자인해 LG전자뿐 아니라 산업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도 유명해졌다.

LG전자는 1월 평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에 이어 4월 곡면 OLED TV를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출시했다. 경쟁사들은 아직 대형 평판 OLED TV도 시장에 내놓지 못한 상태다. 곡면 OLED TV로 세계 TV시장 1위를 꿈꾸는 그를 최근 서울 서초구 양재동 LG전자 연구개발(R&D)센터에서 만났다.

차 소장의 책상 위에는 클럽에서 DJ들이 쓰는 책받침 크기의 음향기기가 놓여 있었다. 디자인 작업을 하다 막힐 때면 가끔 사용하곤 한단다. 그는 “화장실 가고, 음악을 듣고, 잡지를 읽으며 얻은 모든 자극이 디자인에 쓰인다”며 “디자인 작업으로 한창 바쁠 때도 틈틈이 다양한 경험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곡면 OLED TV를 디자인하면서는 눈과 유사한 형태의 곡면을 만드는 것,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 소재를 고르는 것도 모두 그의 일 가운데 하나였다.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은 두께는 스마트폰보다 얇은 4.6mm이지만 화면 크기는 55인치나 되는 TV 패널을 받치는 데 필요한 소재다.

차 소장은 세계 최초 제품을 선보인다는 일념으로 기꺼이 개인생활을 포기한 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최근 밀라노에 갔을 때 피터 잭 레드닷디자인어워드 대표로부터 ‘기존에 보지 못한 독보적인 디자인’이라는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그것도 전부 직원들 덕분입니다.”

엔지니어들과의 갈등도 있었다. 그들은 “사운드를 강화하려면 TV에 필름스피커를 붙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는 “단순하면서도 정갈한 까만 화면이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을 연출하려면 필름스티커는 없애야 한다”고 맞섰지만 결국 양보했다. 기술 없는 디자인은 결코 완전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기 때문에 엔지니어들의 주장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는 “시각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OLED TV의 선명한 화질만큼 또렷한 소리를 전달하게 돼 결과적으로 더 완성도 높은 TV가 탄생했다”고 평가했다.

차 소장의 디자인 철학은 ‘본질’이다. 그는 “화장을 지우고 귀걸이, 목걸이를 빼도 예쁜 사람이 진짜 예쁜 것”이라며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 곡면 OLED TV가 TV 시장의 판을 바꿔 가장 사랑받는 TV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LG전자#차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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