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배달-매콤양념 K치킨… 글로벌 입맛사냥 나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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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 중심 거리에 있는 4층 규모의 BBQ 치킨 매장. 이 매장에서는 다양한 양념으로 버무린 치킨 조각 세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제네시스BBQ그룹 제공
베트남 하노이 중심 거리에 있는 4층 규모의 BBQ 치킨 매장. 이 매장에서는 다양한 양념으로 버무린 치킨 조각 세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제네시스BBQ그룹 제공
빠른 배달 서비스와 독특한 양념 맛을 앞세운 K-치킨(한국식 치킨)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외국에서 들어온 ‘치킨(닭튀김)’이 이제는 거꾸로 해외로 수출되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초반에는 일부 국내 치킨업체들이 교포시장을 겨냥해 해외 매장을 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맛이나 서비스 측면에서 차별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외국 언론들이 한국의 양념치킨 맛에 주목하고, 한국식의 빠른 배달이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K-치킨에 열광하는 마니아층이 어느새 전 세계에 형성되고 있다. 덕분에 국내 치킨 업체들은 포화상태에 이른 내수 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속속 진출 중이다.

○ 주문 후 30분 만에 배달, 세계를 감동시켜

2003년 처음 중국에 진출한 제네시스BBQ그룹(이하 BBQ)은 10년 내내 적자를 봤다. 놀랍게도 주문 후 30분 안에 가져다주는 한국식 배달 시스템이 문제였다. BBQ 글로벌사업부의 박현종 대표는 “음식을 먹은 후 돈을 지불하는 데 익숙한 중국인들은 음식을 받자마자 돈을 내는 것에 낯설어했다”며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전단을 돌리던 BBQ직원들이 정치적인 선전물을 돌린다는 오해를 받아 공안에 끌려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상황은 지난해부터 달라졌다. BBQ는 지난해 3분기(7∼9월) 처음으로 중국시장에서 흑자를 냈다. 끈질긴 홍보활동 덕에 신속한 배달 시스템이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진출 초반 10% 정도이던 주문 배달 매출은 요즘 전체 매출의 40∼50%를 차지한다.

미주지역과 동남아에서는 한국 특유의 ‘양념치킨’이 큰 인기다. 프라이드치킨만 먹어본 사람들은 간장이나 고추장으로 맛을 낸 양념치킨의 독특함과 색다른 맛에 열광한다. 네네치킨 싱가포르 1호점은 10여 가지 치킨을 판매 중이다. 그런데 총 매출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은 현지 스타일이 아닌, 간장양념 치킨과 흑임자 치킨, 파닭 치킨 같은 한국식 메뉴들이다.

해외 시장에서 K-치킨이 인기를 끌자 외국 기업이 한국 업체에 먼저 진출을 제안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교촌치킨은 인도네시아 외식 기업인 와하나 그룹의 제안으로 지난달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다. 와하나 그룹의 로비얀토 부디먼 회장은 “미국에서 공부한 막내딸이 로스앤젤레스에서 맛본 교촌치킨에 반해 인도네시아에 매장을 내자고 했다”고 제휴 배경을 설명했다.

교촌치킨은 해외 시장의 뜨거운 반응에 자신감을 얻게 됐다. 올해부터 매년 3∼5개국의 신규국가에 진출해 2023년까지 35개국에 2000여 개 매장을 운영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 독특한 양념-마스터프랜차이즈 성공모델 찾아

중국은 예외였지만, K-치킨의 강점은 매장에서는 물론이고 가정으로 배달해 먹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해외에 진출한 한국 치킨 매장은 대부분 배달과 테이블 운영을 함께 하고 있다. 또 한국식 조리법을 유지하되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양념과 추가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국내 치킨 업계들이 해외 진출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비결로 마스터프랜차이즈(MF) 방식이 꼽힌다. MF 방식은 국내 업체가 프랜차이즈 사업권 및 노하우를 제공하고, 해당 국가의 현지 사업자가 투자와 운영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국내 치킨 업체 입장에서는 현지 진출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발 빠르게 사업을 현지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BBQ 교촌치킨 네네치킨 등 대부분의 업체들이 MF방식으로 해외에 진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치킨#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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