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한은총재들, 새정부와 금리갈등 겪다가 결국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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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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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의 ‘금리 뚝심’은 어떻게 될까

새 정부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에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금융시장에서는 향후 한은이 금리를 어떻게 끌고 갈지 관측이 크게 엇갈린다.

한은이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금리의 방향을 놓고 새 정부와 갈등을 빚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정책에 보조를 맞추던 전례를 들어 한은이 조만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아직까진 많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중수 한은 총재의 강경한 태도를 들어 한은이 연말까지 금리를 동결하거나 오히려 인상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998년 한은법 개정으로 금리수준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의 장(長)이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에서 한은 총재로 바뀐 뒤 임명된 총재는 김중수 총재를 포함해 4명.

이 중 김대중정부 출범 직후 임명돼 김 전 대통령 퇴임 전에 임기를 마친 전철환 총재를 제외한 박승, 이성태 총재는 모두 새 정부가 들어선 직후 금리 결정을 놓고 갈등을 빚다 새 정부 첫해 경기부양 기조에 맞춰 금리를 내렸다.

2003년 출범한 노무현정부가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주장하자 “한국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은 튼튼하다”고 맞섰던 박승 전 총재는 북핵 위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 등으로 경기가 급격히 악화되자 정부 출범 두 달 반 만에 금리를 인하했다. 2008년 이명박정부 출범 후 강만수 전 기재부 장관과 첨예한 갈등을 빚은 이성태 전 총재는 그해 8월 물가 상승을 이유로 금리를 인상했다가 곧이어 터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10월부터 12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금리를 끌어내렸다.

금융시장에서는 최근 국내 소비와 투자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을 고려할 때 한은이 결국 올해 안에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와 세계 경제회복 둔화로 경기부양 필요성은 이미 호불호를 따질 수준을 넘어섰다”며 “한은이 올해 안에 두 차례 정도 금리 인하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 김 총재가 하반기(7∼12월) 물가 상승을 우려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 만큼 한은이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금리 동결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는 관측도 많다. 심지어 일부 해외 투자은행(IB)은 한은이 올 하반기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은 하반기에 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을 바꾸지 않고 있다”며 “큰 경제쇼크가 있지 않는 한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금리갈등#한은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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