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8위 무역대국답게 미국車 1만대 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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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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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태용 수입업협회장 인터뷰

신태용 한국수입업협회장은 6일 인터뷰에서 “상징적인 의미에서 우리 협회가 미국 자동차를 한 대 구입할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신태용 한국수입업협회장은 6일 인터뷰에서 “상징적인 의미에서 우리 협회가 미국 자동차를 한 대 구입할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공공기관과 수출 대기업들은 미국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을 적극 고려해야 합니다. 1만 대 정도만 사도 효과는 충분할 겁니다. 고급 음식점이나 공항처럼 (주한 미국인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다닐 차들이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주년(15일)을 앞두고 6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 집무실에서 만난 신태용 한국수입업협회장(68)은 10년 전이었다면 거센 비난을 들었을지도 모를 주장을 펼쳤다. 8000여 개의 회원사를 둔 수입업협회는 국내 최대의 수입업계 대표 단체로, 회장은 외국에 나가면 국빈에 가까운 대우를 받는다.

해외 바이어들이 방한해 어떤 대우를 받는지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주한 외국대사들이 한국에 오면 청와대에서 신임장을 받은 뒤 가장 먼저 찾아가는 곳이 바로 수입업협회다.

신 회장은 이런 고언(苦言)을 한 배경을 “세계 8위 무역대국인 한국의 국민들이 30~40년 전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경제의 덩치에 어울리는 현실 인식을 갖춰야 한다”는 당위와 “나중에 통상압력으로 고생하는 것보다 이게 더 낫다”는 실리로 설명했다.

상당수 외국에 한국은 ‘질 좋은 물건을 값싸게 만드는 나라’인 동시에 ‘남의 제품은 잘 사 가지 않는 얄미운 나라’다. 지난해 한국은 242개 국가와 교역했고 이 중 172개 나라에서 흑자를 냈다. 미국과의 교역에서 올린 흑자만 152억 달러(약 17조 원) 규모다. 한국의 수입품은 절반 이상이 원자재다.

이같이 무역 불균형이 심해지면 통상압력이 거세게 들어온다. 신 회장은 이미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압둘라 귈 터키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무역 불균형 문제 해결을 우선적으로 요청했다. 미국 내에서도 한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베트남 터키 필리핀 등에 앞으로 원자력발전소도 팔고 배도 팔아야죠. 그러면 그쪽에서는 ‘수입은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볼 겁니다. 사줘야죠. 우리가 수출을 많이 하기 위해서라도 많이 사줘야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수입업협회조차 업무용 차량은 국산이다. 그만큼 ‘수입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한국에서 터부시되고 있다. 2000년대 이전까지 한국의 무역적자는 심각했고 ‘수출 입국(立國)’이라는 구호 속에 국산품 애용은 당연했다. ‘양담배’를 피우면 애국심이 없는 것이고 ‘외제차’를 몰면 세무조사를 받을 각오도 해야 했다.

“국산 농산물, 토종 식품만 먹어야 건강하다는 식의 의식도 바뀌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품질 관리를 철저히 하고 한국의 영세 농가가 피해를 보지 않는 범위에서 좋은 먹거리를 싸게 들여오면 그만큼 국민의 이익이 늘어나는 것 아닐까요.”

신 회장은 연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섬유 수출을 시작해 1978년 기계 수입업체인 한신ITC를 창업해 운영하고 있다. 그는 “청년 무역인들에게 선배들의 경험을 전수하고 경영을 도와 강소(强小)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협회 차원에서 장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무역#신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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