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변동성이 커진 금융 시장에서 환율 변동의 위험을 줄여주는 금융상품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판매하는 외화 예·적금 상품은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여주는 동시에 이자 수익도 제공한다.
이와 함께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아베노믹스’가 가져온 엔저(円低) 기조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엔화 가치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 상품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환율 변동에 대응하는 외화예금
해외 유학생들이나 이들을 자녀로 둔 부모들에게 환율 변동은 중요한 관심 사항이다.
올해 들어 원화 가치 변동 폭이 확대되면서 은행 창구에는 환헤지 외환예금 상품 문의가 부쩍 늘었다. 이러한 상품들은 환율 변동에 적절히 대응해 손실을 줄여준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판매를 끝내려 했던 ‘환율케어 외화적립예금’ 판매를 올해 6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 상품은 환율 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직전 3개월 평균 환율보다 자동이체 지정 전일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원화 가치 상승) 외화 매입을 늘리게 되어 있다.
만약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원화 가치 하락) 반대로 외화 매입을 줄일 수 있다. 지난해까지 811개 계좌에 적립액이 811만7000달러였던 이 상품은 올해 1월 말 기준 898개 계좌에 적립금이 868만7000달러로 늘었다.
외환은행이 2007년 선보인 ‘자녀사랑 외화로유학적금’ 상품은 출시 이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상품이다. 고객들은 6개월 이상∼12개월 이내에서 기간을 정해 원하는 액수를 원할 때마다 적립할 수 있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적립 액수를 늘리고, 하락했을 때는 줄이거나 넣지 않아도 된다. 중고교생이 가입하거나 예금주가 유학 경비로 송금할 경우에는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하나은행의 ‘하나 모아모아 외화적금’도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라 고객이 원하는 대로 적립 액수를 조절할 수 있는 상품이다. 1개월 이상∼12개월 이내부터 월 단위로 예금기간을 정할 수 있다. 고객이 원하는 환율을 등록하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통지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고객이 지정한 환율 이하로 하락하면 지정한 액수를 자동으로 송금해주는 ‘마이월드 송금통장 저축예금’ 상품을 판매 중이다.
일본 펀드 인기
최근 일본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엔화 약세에 베팅한 대형 헤지 펀드들이 수십 억 달러의 수익을 거뒀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명 투자자 조지 소로스의 헤지펀드가 일본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 11월부터 엔화 가치 하락에 베팅해 10억 달러의 이익을 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1일 79.82엔이던 엔-달러 환율은 2월 19일 현재 93.88엔으로 치솟았다. 엔화 가치가 지난 3개월간 20% 가까이 폭락한 것이다.
엔저 현상이 장기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해지자 일본 펀드나 엔화 환율과 연계된 파생상품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동안 엔화 강세 속에서 실적이 저조했던 일본 수출기업들이 엔화 가치 하락으로 경쟁력을 되찾아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다.
오랫동안 수익률이 저조해 ‘못난이 펀드’로 불렸던 일본 펀드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20%를 넘었다. 이는 전체 해외주식형펀드의 평균 6개월 수익률인 14%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수익률이 가장 좋은 펀드는 ‘신한BNPP Tops일본대표기업펀드’로 수익률이 30%를 넘는다.
이 펀드는 엔저의 최대 수혜자로 손꼽히는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 혼다, 닛산을 편입해 운영하는 펀드다. 일본의 자동차 업체는 최근 엔화 약세 바람을 타고 경쟁력이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가가 무섭게 뛰고 있다. 이외에 ‘KB스타재팬인덱스펀드’, ‘미래에셋재팬인덱스펀드’의 수익률도 높은 편이다.
또 금융회사들은 최근 엔-달러나 원-엔 환율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 상품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엔-달러나 원-엔 환율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만기 시 환율에 따라 연 6∼7%의 수익을 제공한다. 원금은 보장되도록 설계된 상품이 많아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고 싶어 하는 투자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