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외식업계 ‘숨은 전쟁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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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죽, 매출 10위중 4곳이 병원 상권 매장
‘파스쿠치’ 서울대병원 커피점 전국 2위

외식업체 ‘본아이에프’의 죽 전문 브랜드 ‘본죽’은 최근 새 메뉴 ‘닥터 본죽’을 준비 중이다. 4월에 내놓을 이 제품은 소금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 특징이다. 닭, 두부, 쇠고기 등 고단백질 재료에 가지, 토마토 같은 채소도 넣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암센터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암 환자 대상의 죽을 만들었다. 병원 내 혹은 병원 근처 매장에서만 파는 이른바 ‘병원 한정 메뉴’다.

본죽이 병원 한정 메뉴를 내놓은 이유는 병원 상권의 점포 매출이 크기 때문이다. 전국 1280개 매장 중 매출 순위 10위 안에 든 병원 상권 매장은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점(2위)을 포함해 원광대병원이 있는 경기 군포시 산본점(4위), 개인병원 밀집지역인 대구 수성구 대구시지점(7위)과 부산 사하구 부산하단점(8위) 등 4곳이다. 신촌세브란스병원점은 월 매출이 1억 원이 넘는다.

최복이 본아이에프 대표이사는 “내과(위 내시경), 치과(이 치료), 건강검진센터를 중심으로 죽을 찾는 손님이 늘고 있다”며 “병원 마케팅의 일환으로 환자용 죽을 내놨다”고 말했다.

커피전문점 ‘파스쿠치’는 전국 260개 매장 중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내 매장이 명동점에 이어 전체 매출 순위 2위다.

스타벅스코리아도 3월 초 서울대병원에 매장을 낼 계획이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병원 상권의 매장 매출이 평균보다 40%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며 “병원 매장에서만 파는 메뉴 개발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최근 경남 창원시 파티마병원점, 전남 순천시 성가롤로병원점, 충북 청주시 성모병원점 등 병원 내 매장 디자인을 환자 중심으로 바꿨다. 평균 80∼90cm인 진열대 사이 통로는 휠체어를 탄 환자가 지나다닐 수 있도록 120∼200cm로 넓혔고, 라면 테이블 벽에는 링거 걸개도 마련했다. 박선주 BGF리테일 점포디자인팀 주임은 “올해 병원 내 모든 점포에 이런 디자인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병원을 중심으로 한 상권, 이른바 ‘에이치타운(H-Town)’이 형성됐다고 말한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요 병원을 중심으로 약국, 식당, 커피전문점 등이 들어서면서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에이치타운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병원#외식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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