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이진석 기자의 Car in the Film]연인을 찾아 눈 내리는 골목을 헤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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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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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XJ/ 러브 액추얼리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세계 최초의 영화 ‘열차도착’을 선보인 뒤로 영화산업은 눈부신 발전을 거뒀습니다. 수많은 필름 속 자동차는 때때로 결정적인 소품이나 무대장치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뤼미에르의 첫 영화는 기차가 역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담은 3분간의 소품이었다죠. 어디든지 달려 나갈 수 있는 자동차는 가장 동(動)적인 기계. 어쩌면 움직이는 사물을 담아내는 영화에 있어 최고의 파트너일지도 모릅니다.

1월 시작된 ‘Car in the Film’은 영화에 등장한 수많은 명차들을 조명해왔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잠시 눈을 감고 ‘크리스마스에 타고 싶은 차’를 상상해 봤습니다. 상상의 범주는 대중적인 인기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2003년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러브 액추얼리’에 등장하는 재규어 ‘XJ’(사진)입니다.

러브 액추얼리는 수많은 에피소드를 엮은 모자이크식 영화입니다.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꽃미남’ 영국 총리(휴 그랜트 분)의 로맨틱한 크리스마스 고백이었습니다. 잘생기고 젊고 유머러스한 데다가 (비록 공식 의전차라고 해도) 차까지 재규어라니, 심지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구형(7세대)이니까요. 연인을 찾아 눈 내리는 런던의 골목을 헤집고 다니는 XJ의 모습은 낭만 그 자체입니다.

이 차는 2002년 9월 파리 국제모터쇼에 처음으로 공개된 후 ‘XJ의 결정판’이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저는 이 차를 21세기 들어서도 정통 클래식카의 기품을 고스란히 남긴 몇 안 되는 차로 기억합니다. 100% 알루미늄으로 감싼 매끄러운 차체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세계적인 디자이너 이언 칼럼이 디자인을 맡은 현행 모델도 나쁘지는 않지만, 취향은 각자 다르잖아요.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어느새 눈이 내리고 귓가에는 캐럴이 울려 퍼집니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로맨틱한 고백을 준비하고 있지 않아도,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면 어쩐지 설레는 12월입니다. 멋진 고급차가 아니면 또 어떤가요. 당신의 차는 당신만의 영화를 찾아 달려 나갈 겁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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