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혁신, 현장 혁신, 프로세스 혁신을 외치며 ‘공기업 개혁 전도사’를 자임해온 삼성맨 출신의 장도수 한국남동발전 사장. 3년 임기를 마치고 올해 10월 두 번째 연임(1년)에 성공했다. 남동발전 제공
“올드 비즈니스라고요? 천만에요.…발전산업이란 대한민국의 내일을 책임지는 대표적인 미래 산업입니다.”
‘에너지 신(新)르네상스시대’를 맞이하면서 새삼 가치를 재평가받는 사업이 바로 전력생산 분야다. 특히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전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이로니컬하게도 중유 석탄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제적 감시를 받는 원자력과 달리 화력발전소는 언제 어디서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전기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총 발전설비용량(7만6000MW)의 11%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남동발전의 장도수 사장(62)은 “한국의 발전기술은 이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발전강국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발전산업이 세계 최고라는 사실이 좀 새롭다.
“객관적 지표인 발전능력이나 안전설비, 생산비용 등 모든 측면에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인정받고 있다. 전력손실률만 해도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이 7%라면 우리나라는 3.7%에 그칠 정도다. 미국 일본 인도 터키 에콰도르 등 오대양 육대주에서 한국과 협력하기를 원하고 있다.”
―발전이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현재 한전 차원에서만 600여 개의 해외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발전 인력과 기술을 따라잡을 나라는 없다고 봐도 좋다. 남동발전만 해도 올해 해외매출액이 500억 원에 달한다. 2020년까지 해외에서만 설비용량 1만 MW에 6조 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요즘 ‘공기업 개혁 전도사’로 통한다던데….
“33년을 민간기업(삼성)에서 일하다가 온 탓인지 커다란 이질감을 맛봤다. 공기업도 기업인데 훌륭한 인재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수익성 문제를 등한시하고 있었다. 특히 원가개념이 떨어지고 주인의식 목표의식이 없었다. 무엇보다 공기업의 주인인 국민이 공기업의 구조조정 노력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 못하고 있었다.”
―조직원들의 획기적인 인식변화 없이는 해외 진출도 쉽지 않았을 텐데….
“물론이다. 공기업은 공익성과 합법성을 가장 중시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창의와 혁신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해외사업을 비롯한 신(新)사업 영역을 필수가 아닌 비용으로 생각할 정도였다. 결국 원가의식과 도전정신을 심어주는 것이 내 임무라고 생각했고 회사의 목표도 ‘글로벌 파워 리더’로 설정했다. 실제 남동발전은 6개 발전회사 가운데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에서 1위를 기록하며 지난해 유일하게 기관장 및 기관평가 A등급을 달성했다.”
―6개 발전회사는 이익을 내고 있는 데 반해 한전은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다.
“발전소가 거둔 흑자라는 개념은 ‘이익을 봤다’가 아니라 ‘발전산업의 미래를 위한 충당금’의 개념으로 생각해주는 게 옳다고 본다. 그리고 한전은 정부의 통제된 전력가격 때문에 적자가 난 상황이다. 현재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실정이다.”
―신재생에너지 등 발전·전력사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
“현재 가장 혁신이 빠르게 일어나는 산업이라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국내 시장은 너무 좁다. 발전산업을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연결하려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민자발전(IPP)시장도 뜨겁다. 공기업이 여기서 혁신을 멈춘다는 것은 너무 아쉬운 일이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에너지 리더가 필요하고 세계시장을 개척하는 공기업의 모델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우리 남동발전이 그 역할을 하고 싶다.” ▼ ‘삼성맨’ 출신 장도수 사장, 공기업 첫 小사장제… 강도 높은 혁신 화제 ▼
한국남동발전은 2001년 정부의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따라 한전에서 분리한 발전전문회사 6개 가운데 하나다. 양수와 풍력발전도 하지만 삼천포, 영흥(인천), 영동(강릉), 여수화력과 분당복합화력발전소가 주력이다.
장도수 사장은 1976년 삼성코닝 건설본부에 입사해 2008년 삼성코닝 부사장으로 퇴직한 삼성맨 출신으로 2008년 남동발전
사장에 취임했다. 취임하던 때만 해도 전 세계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10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지만 장 사장은
강도 높은 공기업 혁신을 추진한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재무성과 중심의 자율과 책임경영을 구현하기 위해 공기업 최초로 소(小)사장제를 도입해 각 임원에게 책임과 권한을 함께 부여하는 방식으로 혁신의 방향을 잡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