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성장률 0.1%… 금융위기 수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7일 03시 00분


설비투자 저조-내수 부진 겹쳐 2009년 1분기 0.1% 이후 최악
올 전망치 2.4% 성장 어려울듯

올해 3분기(7∼9월) 한국 경제가 ‘제로 성장’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꺼리면서 성장률이 금융위기 수준으로 주저앉은 게 주원인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6일 내놓은 ‘2012년 3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0.1% 성장)와 같은 수준이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1.5%로 2009년 3분기(1.0%)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한은은 3분기 성장률이 낮아진 원인으로 설비투자 저조를 비롯한 내수 부진을 꼽았다. 3분기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2분기보다 4.8%나 줄었다. 감소 폭은 2분기(―7.0%)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시설투자는 1분기 7조8000억 원, 2분기 6조2000억 원, 3분기 4조5000억 원으로 하락세를 이어 가고 있다.

3분기 민간 소비는 전기 대비 0.7%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3 출시에 힘입어 일시적으로 소비가 늘었고, 전기 가스 연료에 대한 지출이 증가한 덕분으로 소비가 추세적으로 개선됐다고 보기 힘들다. 정영택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가계 부채와 고용 문제로 개인의 소득이 늘지 않아 민간 소비 회복에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반면 수출은 3분기에 2.8% 증가하며 반전에 성공했다. 전 분기 수출은 ―0.6%였다. 수출이 그나마 한국 경제의 성장을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 달성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전망치인 연 2.4% 성장을 달성하려면 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1.6%, 전년 동기 대비 2.6∼2.7%여야 하지만, 최근의 불확실한 경제 여건에 비춰 보면 성장률이 대폭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3분기를 저점으로 미약하게나마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중국 등 대외 경제가 차차 좋아지면서 3분기가 경기 바닥이 될 것”이라면서도 “4분기 이후 경기 반등세는 예상보다 약할 개연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김유영·유재동 기자 abc@donga.com
#금융위기#성장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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