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책]창조의 시대 생존 제1원칙은 ‘자기경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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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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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해멀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
‘가장 먼저, 관리자들을 모조리 해고하라(First, Let’s fire all the managers).’

경영 석학인 게리 해멀이 지난해 12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이런 파격적인 제목의 글을 실었다. 권한이 큰 관리자일수록 고객 접점에서 더 멀어지기 때문에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 변화의 방향조차 예측하기 힘든 ‘창조의 시대’에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통제 역할을 하는 관리자를 없애고, 조직원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자기경영 (Self-Management)’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이 글의 핵심이다.

한 달 뒤 출간된 해멀의 저서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도 이 글과 궤를 같이한다.

물질적 풍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산업혁명기에는 효율성이 최고의 가치였다. 그 때문에 관료제와 통제가 중요했다. 그러나 정신적 풍요까지 추가된 현재의 창조의 시대에는 효율성 이외에 창조도 함께 이끌어 내야 한다.

이제 경영은 시스템을 넘어 다시 인간에게 의존하고 있다. 인간은 원하는 일을 자유롭게 할 때, 비로소 몰입과 열정을 쏟는다. 따라서 이런 인간의 본성을 일깨우기 위한 자율, 즉 자기경영이 창조의 시대에 살아남는 해결책으로 떠오르게 됐다. 저자의 말처럼 ‘인간은 창조하기 위해 태어났기’ 때문이다.

해멀은 고어텍스로 유명한 글로벌 기업 ‘고어’와 세계 최대의 토마토 가공업체 ‘모닝스타’를 자기경영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는다. 이들 기업은 직급이나 직책, 연공서열이 없고 임직원들은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한다. 승진을 위한 경쟁이 필요 없어서 모략과 사내 정치도 없다. 그 대신 자주성과 적극성, 동료들 간의 협동이 있다. 권한 분산과 자율만으로 이들 기업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효율성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효율성만 강조하면 도덕성은 힘을 잃는다. 월가의 탐욕이 증거다. 저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경영에 인간 본연의 고귀한 가치인 ‘사랑, 헌신, 명예, 선, 정의, 아름다움’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로 여기에 조직에 관한 답이 있다. ‘인간의 욕구와 심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수평적 조직으로의 변화’가 해멀이 말하는 궁극적인 경영 혁신인 동시에 기업 생존을 보장할 조직 모델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은 경영전략서라기보다 경영철학서에 가깝다. ‘인문의 시대, 창조의 시대’라는 전환점에서 서 있는 오늘날, 창조 경영의 해답을 갈구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
#명사의 책#어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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