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주택용 전기요금에 적용되는 누진제를 완화하겠다고 7일 밝혔다. 6단계 구간을 3단계로 축소하고, 최저-최고 구간의 단가 배율도 현 11.7배에서 3배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안이 현실화하면 4인 가구는 대부분 전력 사용이 많은 여름, 겨울 전기료 부담이 줄어들겠지만 사용량이 적은 1, 2인 가구의 부담은 소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새로 정할 누진구간의 범위나 단계별 요금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시기에 대해서는 “전력 수급상황과 사용패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해 빨라야 전력 공급능력 확충이 일단락되는 2014년 이후에나 실현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변수다. 정부 당국자는 “누진제의 효과를 면밀히 검토 중이지만 당장 손댈 생각이 없다”며 한전의 일방적인 발표에 불편하다는 기색을 내비쳤다. 누진체계 조정은 지식경제부 산하 전기위원회가 심의하고 지경부 장관이 인가해야 한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전기 절약과 서민층 보호를 위해 1973년 도입됐지만 인구구조나 생활패턴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계속돼왔다. 맞벌이 부부나 1인 가구는 소득이 많아도 피크시간대인 낮에 집을 비워 전기를 덜 쓰기 때문에 전기료 부담이 적은 반면 노약자와 부양가족이 많은 저소득층이 오히려 ‘전기료 폭탄’을 맞는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극심한 폭염 때문에 전력 사용이 많았던 8월 전기요금 고지서가 나오면서 현행 누진제가 불합리하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한전은 “영국, 프랑스, 캐나다는 누진제가 없으며, 미국과 일본도 누진단계가 2, 3단계에 그쳐 가장 낮은 요금과 높은 요금 차이도 10∼40%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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