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Dream/부동산 패트롤]비싸더라도… 안전 프리미엄 내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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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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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기자 suyeon@donga.com
김수연 기자 suyeon@donga.com
“한 달 하숙비가 57만 원입니다. 지방에 계신 부모님께 하숙비를 타 쓰는 처지라 부담스럽지만 안전한 곳에 살고 싶어요.”

고려대 4학년인 서모 씨(22·여)는 안전 때문에 여성 전용 하숙집에 살고 있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주변의 하숙비는 보통 40만 원이다. 하숙촌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전단지 문구도 ‘월 40만 원짜리 하숙’이 대부분이다. 여성 전용 하숙집은 ‘안전의 대가’ 때문에 17만 원이나 비싼 셈이다. 서 씨의 하숙집 역시 남자친구도 들어오지 못할 정도의 경비시스템을 갖춘 데다 위치도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인근 W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개강을 앞두고 범죄에 노출될 확률이 적은 곳을 찾는 여학생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서 씨처럼 ‘안전 프리미엄’을 지불하더라도 보안이 철저한 곳에 살고 싶은 학생들이 많다는 얘기다.

울며 겨자 먹기로 안전 비용을 치르는 건 여대생뿐만이 아니다. 직장인 김모 씨(32·여)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오피스텔에 살면서 월세에 관리비 14만 원을 추가로 내고 있다. 김 씨는 “일반 원룸에 살면 전기, 수도료만 내면 되지만 외부인 침입이 걱정돼 비싼 관리비를 지불하며 오피스텔에 산다”고 했다.

가뜩이나 비싼 월세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이나 직장인들이 안전 비용까지 치르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최근 잇달아 흉악한 성범죄들이 발생하면서 여성들의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어린이와 중년 여성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 범죄’가 빈발하다 보니 혼자 사는 여성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 집의 시설이나 교통여건뿐만 아니라 보안수준도 집값을 결정하는 요소로 떠올랐다

몇몇 건설사들은 이러한 불안감을 해소할 방범기능을 강화해 아파트 소비자들의 마음잡기에 나서고 있다. 동부건설은 현재 분양 중인 ‘녹번 센트레빌’ 단지 곳곳에 방범로봇을 설치했다. SK건설이 10월 분양할 예정인 ‘신동탄 SK VIEW Park’에는 수상한 사람의 행동을 인식해 경비실에 통보하는 ‘지능형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다. 건설사 관계자는 “한층 강화한 보안시설이 분양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집값은 위치 면적 내부시설 환경 비용 등 다양한 요소가 반영돼 결정된다. 그동안 국내 대도시에서는 교통이 편리하고 주변 환경이 좋은 집이 최고로 꼽혔다. 이제는 안전이 집값에서 무시할 수 없는 구성요소가 되고 있다. 건설사들로서는 거주자들의 안전 수요를 충족하는 것이 주택경기 침체를 헤쳐 나갈 버팀목이 된다는 점에 착안할 필요가 있다.

김수연 기자 su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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