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에서 두번째) 9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에서 실시한 ‘혼다코리아와 함께하는 백두대간 모니터링’에 참석한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 혼다코리아 제공
“저 큰 신갈나무 때문에 소나무들이 자라질 못하고 있잖아….”
9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의 선자령(仙子嶺) 등산길. 앞장서서 산을 오르던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63)은 문득 뒤를 돌아보며 일행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신갈나무 그늘에 가려 자라지 못한 소나무를 보며 안쓰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정 사장의 연민은 혼다코리아가 지금 국내에서 처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혼다의 지난달 국내 판매량은 290대. 업체별 점유율은 2.5%에 불과했다. 같은 일본 브랜드인 한국토요타는 지난달 1273대를 판매해 수입차 점유율 6.4%(렉서스 포함)로 전체 5위에 올랐다. 2008년 수입차업체 1위(1만2356대 판매)를 차지했던 혼다는 그늘에 가린 소나무처럼 성장이 멈춘 상태다.
정 사장은 올 하반기 사업계획이나 목표를 구체적으로 공개하기를 꺼렸다. 자동차업계에서 혼다의 ‘마지막 회생 카드’로 보고 있는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7∼8월에 따로 자리를 마련해 계획을 밝히겠다”고만 답했다.
혼다코리아는 판매 부진이 이어지며 피죤모터스, 두산 등 기존 혼다 딜러들이 잇달아 이탈하는 어려움도 겪었다. 정 사장은 이에 대해 “충원이 마무리되고 있는 상태”라며 “하반기에는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업체인 도요타가 한국에서 점차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상반기에 무척 부진했다. 아직도 (따라잡으려면) 갈 길이 멀다”고 털어놨다.
해발 1157m. 목적지인 선자령 정상에 올랐다. 정 사장은 무언가 다짐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올 하반기에 좋은 실적을 내면 내년에 직원들을 데리고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라도 한번 갈까 싶다”고 했다. 코타키나발루에 있는 키나발루산은 동남아 최고봉이다.
정 사장은 평소 산에 즐겨 오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리산, 한라산 등 국내의 유명한 산뿐 아니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에도 올랐다. 그는 3년 전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등산할 때 불편하지 않으려고 했다”는 게 이유다.
혼다코리아는 시민환경단체인 ‘생명의 숲’과 함께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백두대간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백두대간의 산줄기에 이어져 있는 산들을 오르며 훼손된 환경을 직접 살피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다. 이날도 줄자를 직접 들고 다니며 환경감시 활동을 한 정 사장은 “안내표지판, 전신주 하나하나가 자연을 훼손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성균관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1976년 대림자동차에 입사해 2000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후 혼다자동차가 대림자동차와 기술제휴를 맺고 2001년 설립한 혼다모터사이클코리아의 초대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혼다모터사이클은 2003년 자동차 판매에 들어가며 이륜차 부문과 통합해 혼다코리아로 이름을 바꿨다. 혼다코리아를 이끈 지 올해로 12년째인 정 사장은 초창기 수입차업계의 ‘1세대 주역’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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