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가젤지역 中企, 야성이 펄펄 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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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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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의식으로 똘똘 뭉쳐… 한결같이 ‘인재난’ 호소

장강명 산업부 기자
장강명 산업부 기자
“아, 이건 뭐 나도 다 베껴서 만든 거니까 넘어갈게요.”

동아일보가 11일부터 13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보도한 ‘지식기반 중소기업에 일자리 해법 있다’ 시리즈를 취재하기 위해 한 중소기업을 찾았을 때 들은 얘기다. 프레젠테이션 자료 앞에서 자신의 창업 아이템과 회사 전망을 설명하던 이 기업의 대표는 경영이념에 관한 페이지가 나오자 이렇게 말하며 씩 웃었다.

‘뭐 저런 사장이 다 있어’라고 생각할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기자는 그의 소탈한 모습에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무례한 것도, 철학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보다는 허례허식은 못 견디겠다는 쪽이었다. 패기가 넘친다는 느낌도 받았다.

이 시리즈를 취재하며 만난 중소기업 사장들은 한 명도 예외 없이 그런 자신감과 야성(野性)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경쟁사를 어떻게 거꾸러뜨렸는지 설명하는 사장 앞에서 당혹스럽기도 했다. 대체로 1990년대 중반에서 2004년 사이에 회사를 설립해 한 차례 이상 도약기를 거치고 아직 성장세가 꺾이지 않은 기업의 창업자들이다.

맨주먹으로 회사를 세워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지만 펄펄 끓는 창업의 에너지가 식지 않은 상태라 그런 야성을 숨기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회사의 규모가 꽤 크고, 수성(守城)을 해야 하는 중견기업 대표라면 “우리 경영이념은 베낀 것”이라거나 “적을 이렇게 쓰러뜨렸다”는 말을 당당하게 하지는 않을 게다.

취재하는 내내 ‘이런 야성의 기업가정신이 일자리와 기업 수가 늘어난 상위 10% 시군구를 일컫는 가젤지역 외에 다른 곳으로도 많이 퍼져 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교롭게도 그 이유를 간결하게 설명한 말 역시 이번 취재 중에 들었다. 전남 광양시의 이삼희 기업투자지원과장은 이 도시가 발 벗고 중소기업을 돕는 이유를 묻자 “고용을 창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는 결국 기업에서 나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안타까운 공통점도 있었다. 중소기업 대표들은 하나같이 “우리 같은 작은 회사는 (또는 우리 같은 지방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구하는 게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본사가 광양시에 있는 픽슨은 공대 졸업생에게 어필하기 위해 일부러 서울사무소를 두기도 했다. 중소기업이나 지방 근무에 대한 젊은이들의 기피가 이 정도에 이른 세태(世態)가 자신만만한 젊은 사장들의 모습과 대비되는 듯해 만감이 교차했다.

장강명 산업부 기자 tesomiom@donga.com
#경제 카페#가젤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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