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경제에 돈벼락… 베이비부머 7000명 수억대씩 퇴직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6일 03시 00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이들을 위한 기업들의 교육과정도 속속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은퇴예정자 교육 프로그램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이들을 위한 기업들의 교육과정도 속속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은퇴예정자 교육 프로그램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7000여 명.

올 한 해 울산 지역에서 퇴직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수다. 울산 노사정위원회는 “1972년 현대중공업, 1973년 현대자동차가 울산에 설립되면서 채용된 베이비붐 세대의 생산직 근로자들이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퇴직을 앞두고 있다”며 “5년 내에는 연간 퇴직자가 울산 지역에서만 1만 명 수준까지 육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은 전체 인구(약 115만 명) 가운데 베이비붐 세대의 비중이 19.7%(약 22만7000명)로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높다. 전국적으로 베이비붐 세대는 713만 명에 달한다.

○ 소형·전원주택 선호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울산 근교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다. 특히 울산 시내와 가까운 두동면, 경북 경주시 양남면 일대에는 은퇴자들이 지은 전원주택이 이미 빼곡히 들어섰다. 두동면 S부동산 관계자는 “3년 전 3.3m²당 30만 원이던 땅값이 50만 원 이상으로 올랐다”며 “지금도 주말이면 집과 땅을 보려는 은퇴자, 은퇴 예정자들이 줄지어 찾아온다”고 귀띔했다.

아파트 시장에서는 소형이 인기다. 40대에는 자녀와 함께 살기 위해 대형 아파트를 선호했던 베이비부머들이 자식들이 출가하고 부부만 살게 되면서 대형 대신 소형 아파트를 찾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울산 지역 아파트 시장에서 24평(79.2m²)은 24시간 만에, 31평(102.3m²)은 31시간 만에 팔리고 50평(165m²)대는 50일이 지나도 팔리지 않는다는 농담이 있다”며 “관리비 부담 등으로 은퇴 예정자들이 소형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또 은퇴 예정자들끼리 돈을 모아 투자 목적으로 소형 오피스텔을 신축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울산 삼정공인중개사 조영진 대표는 “퇴직자들이 퇴직금을 모아 8억∼9억 원 정도 하는 원룸 빌딩에 투자한다”며 “이 때문에 3.3m²당 300만∼400만 원이던 울산 동구 일대 땅값도 최근에는 700만∼800만 원 선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 프랜차이즈 문의 급증

퇴직 후 뚜렷한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창업을 저울질하는 베이비부머들도 늘고 있다. 특히 커피전문점, 빵집 등 프랜차이즈가 인기다. CJ푸드빌은 “울산 지역은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는 50대의 문의가 다른 지역보다 많다”며 “대기업 계열사들이 많아 울산 지역 퇴직자들이 퇴직금을 많이 받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현대중공업 등의 퇴직자들은 근무연수에 따라 2억∼3억 원가량의 퇴직금을 받는다.

또 창업 및 전원생활에 사용하기 위한 1t 트럭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특징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울산공장 퇴직자에게 1t 트럭 ‘포터’를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는 “포터는 직원 할인이 없는 모델이었지만, 은퇴를 앞둔 생산직 근로자들의 수요가 많아 특별히 이들을 대상으로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며 “승용차보다 유지비가 적게 들고 활용도가 높다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잇따를 것으로 예정되면서 기업체들도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차는 은퇴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건강관리 등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5년 후면 연간 퇴직자가 2500∼3000명 선이 될 것”이라며 “노동조합에서도 이들에 대한 지원 강화를 요구하고 있어 퇴직자 교육프로그램을 점차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울산#베이비부머#퇴직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