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멈춘 한일FTA 협상 이르면 하반기 재개할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6일 03시 00분


양국 실무협의 의견 모아

정부가 2004년 이후 8년간 중단돼 온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재개한다. 이르면 올 하반기(7∼12월)에 협상 재개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5일 “한일 FTA 재개를 위해 진행 중인 양국 간 실무협의에서 조만간 합의점이 도출될 것이며, 하반기에 협상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일본은 한일 FTA가 재개되지 않으면 중-일 FTA부터 추진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며 “우리가 추진하는 한중, 한중일 FTA에 중일 FTA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한일 FTA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중국은 2일 통상장관회의에서 한중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고, 14일 첫 협상을 진행했다. 13일에는 한중일 정상이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3국 간 FTA 협상을 연내에 개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정부가 하반기에 한일 FTA 재개를 추진하려는 배경에는 경제적인 실익보다 동아시아 경제통합 구도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일본 정부가 중일 FTA의 속도를 높일 경우 ‘한중 FTA를 통한 중국시장 선점’이라는 우리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FTA와 한일 FTA 협상을 동시에 추진하면 양쪽을 지렛대 삼아 우리에게 유리한 국면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을 제외한 중-일 FTA 추진은 동아시아 경제통합 구도에서 가장 부담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한일 FTA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우리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데 있다. 2004년 한국과 일본의 FTA 협상이 중단된 이유는 일본이 농업시장 개방, 비관세장벽 철폐 등 주요 의제 협상에서 양보를 하지 않아서였고, 지금도 일본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10월 한일 통화스와프를 약속하면서 한일 FTA 협상을 조기에 재개하는 데 합의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올 3월 “한일 FTA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상호 이익이 근저에 깔려야 한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경제학)는 “한일 FTA는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지만 그에 앞서 대일 무역적자를 어떻게 해소하고 배타적 거래관행 등 일본 특유의 비관세장벽을 얼마나 낮출지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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