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불황? 너 잘 만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1일 03시 00분


스트레스 푸는덴 우리가 딱!… 가공식품서 식자재까지 ‘화끈한’ 바람

불황에 매운 음식이 잘 팔린다는 것은 상식이다. 고추의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은 혈액순환이 잘되도록 돕는다. 또 캡사이신이 뇌신경을 자극할 때 나오는 엔도르핀은 스트레스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 많은 이가 지치고 짜증 날 때 매운 음식을 찾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인 셈이다.

○ 청양고추, 풋고추의 ‘왕’ 등극


글로벌 금융위기와 연이은 미국·유럽의 재정위기로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매운맛 선호 현상은 가공식품이나 음식뿐 아니라 식자재로 번지고 있다.

10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해 1∼4월 매운 고추의 대명사인 청양고추가 풋고추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1.1%였다. 풋고추는 매운 고추인 청양고추와 덜 매운 고추인 일반고추, 꽈리고추로 나뉘는데 매운 고추인 청양고추의 매출이 절반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0년 청양고추의 매출 비중이 28.2%였던 점을 감안하면 10여 년 새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이 점점 더 매운맛을 선호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청양고추가 풋고추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처음으로 40%대로 올라섰다.


청양고추의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청양고추는 7일 현재 4만1431원(10kg 특품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만3846원에 비해 73.7% 올랐다. 같은 기간 일반고추와 꽈리고추의 가격은 각각 60.1%와 9.6% 오르는 데 그쳤다.

○ 식품업계 ‘매운맛’ 마케팅 강화


점점 더 강한 매운맛을 찾는 소비자를 잡기 위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라면업계다.

농심은 지난달 청양고추의 톡 쏘는 매운맛을 강조한 ‘고추비빔면’과 청양고추보다 2∼3배 맵다는 하늘초 고추로 강한 매운맛을 낸 ‘진짜진짜’ 라면을 연달아 내놓았다. 이 중 진짜진짜는 판매 시작 3주 만에 700만 개가 팔려 나가며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라면 판매량 순위 5위권 이내에 진입하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으로 매운맛 라면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불닭볶음면은 매운맛을 나타내는 스코빌 지수(SHU)가 4400으로 청양고추(4000∼1만 SHU)와 맞먹는 수준의 화끈한 매운맛을 낸다고 삼양식품은 설명했다.

지난해 ‘꼬꼬면’으로 하얀국물 라면 시장에서 재미를 본 팔도는 자신들이 2009년부터 판매하고 있는 ‘틈새라면빨계떡’이 자체 연구소의 측정 결과 국내에서 판매 중인 라면 중 가장 높은 8557SHU를 기록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목우촌의 ‘또래오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매운맛 음식 중 하나인 ‘무뼈양념닭발’을 선보였다. 100% 국내산 닭발을 위생적으로 가공한 이 제품은 양념닭발 특유의 중독성 강한 매운맛을 가정에서 깨끗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대상 청정원이 2009년부터 판매 중인 ‘매운갈비양념’도 올해 들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늘었다.

죽 전문점 본죽은 이달 초 해장을 원하는 고객들을 겨냥한 ‘신짬뽕죽’과 ‘해장김치죽’을 내놓았다. 이 메뉴는 올해 초 본죽이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벌인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각각 1, 2등을 차지한 제품이다. 롯데리아도 멕시코산 아바네로고추향을 가미해 매운맛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핫크리스피 버거’를 3월부터 판매 중이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매운맛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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