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디자인이 新기술 연다… CEO에 ‘디자인’ 입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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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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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TV 디자인 총괄 강윤제 상무

강윤제 상무는 1994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2007년 38세의 나이로 최연소 임원에 올라 화제를 낳기도 했다. 동아일보DB
강윤제 상무는 1994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2007년 38세의 나이로 최연소 임원에 올라 화제를 낳기도 했다. 동아일보DB
삼성전자가 작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박람회 CES에서 베젤(TV 테두리) 두께가 5mm밖에 되지 않는 신제품 TV를 선보였을 때 탄성이 터져 나왔다. 기능과 미를 동시에 잡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TV와 외부를 구분하는 선이 얇아지면서 안팎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화면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졌다.

베젤이 얇은 TV를 완성하기 위해 삼성전자 내 각 부서가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머리를 맞댔다. 이런 노력을 주도한 인물이 강윤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디자인그룹 상무(43)다. 보르도 TV와 크리스털 로즈(TOC) TV, 초슬림 베젤 TV 등 히트작을 연속으로 선보이며 삼성TV의 디자인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강 상무를 만나 디자인 경영 노하우를 들었다. DBR 103호(2012년 4월 15일자)에 실린 인터뷰를 요약한다.

―베젤을 극단으로 줄일 수 있었던 것은 그만한 기술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초슬림 베젤 TV는 기술 발전의 결과라는 견해도 있다.

“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 삼성전자 사업부장과 외부 손님이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 우연히 합석했다. 그 손님이 물었다. ‘기술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그렇게 얇은 TV를 만들 수 있었던 것 아닙니까?’ 그 질문에 사업부장이 이렇게 답했다. ‘그 아이디어는 여기 있는 강 상무가 3년 전에 갖고 온 것입니다. 기술이 발달해서 디자인한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가 들고 온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 기술이 발달한 것이죠. 그러니까 초슬림 베젤 TV는 기술이 아니라 디자인입니다.’ 그때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속으로 열심히 박수를 쳤던 기억이 난다.

오늘날 디자인은 단순한 형태나 아름다움만 의미하지 않는다. 회사의 사업계획, 장래 포부, 꿈과 이상을 반영하는 총체적인 것이다. 베젤의 두께를 극한까지 줄여보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그 디자인을 사업에 반영해 달라고 제안했다. 그것은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TV였다. 그런 TV를 가능하게 하는 디스플레이나 모듈도 없었지만 경영진은 이를 받아들였다.”

―오늘날 기업들에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자주 쓰는 예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종이에 사각형을 하나 가득 그려놓고 그중에 하나만 오각형으로 그린다. 그리고 여기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도형을 하나 골라달라고 하면 대부분은 오각형을 고른다. 다른 것과 차별되는 것이 갖고 있는 힘이다. 다른 회사에서 사각형 TV를 고수할 때 우리는 오각형의 보르도TV를 출시해 큰 성공을 거뒀다. 남과 다른 모양은 일단 관심을 끈다. 물론 완성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써봤더니 금방 고장 나고 화질이 좋지 않다면 외면당할 것이다. 결국 디자인이 길을 열되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아야 한다. 즉, 디자인은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이자 목표, 갖고 있는 정체성을 총합한 것이다.”

―디자인적 아이디어나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과학자이면서 의사였고, 해부학자이면서 화가였다. 인체를 해부하면서 얻은 인상이 모나리자의 미소로 나타났을 수도 있고 공부하면서 알게 된 원근법이나 건축적 공법이 최후의 만찬에 표현됐을 수도 있다. 학문과 사상의 경계를 허물어 더 나은 가치를 생산할 수 있었던 셈이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디자인이 디자인이라는 섬 안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영역과 눈높이를 맞춰가며 소통할 때 더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매번 새롭게 접근하려면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을 텐데….

“다른 회사에서 먼저 내놔 인기를 끈 제품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 내부에서 고민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통째로 건너뛰게 된다. 하나의 디자인을 완성하기 위해 부서 간 부닥치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면서 새로 시도하고 실패하고 논의하는 모든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DNA를 얻을 수 없다. 트렌드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제품 하나를 서둘러 내놓는 것보다 그렇게 함께 울고 웃는 과정이 더 소중한 자산이다.”

―디자인경영과 관련해 국내 기업들에 하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

“국내 기업 중에 디자인으로 주목받는 대표적인 곳으로 현대카드를 꼽을 수 있다. 현대카드는 카드 디자인을 바꾼 후 기업 로고는 물론이고 사무실과 로비, 지하주차장 등 직원들이 근무하는 환경을 싹 바꿨다. 건물이 바뀌고 책상이 바뀌고 자신들이 보는 이니셜과 마크가 달라지니까 직원들이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 디자인적 사고를 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경영자의 의지다. 회사를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디자인을 어떻게 끌어올 것인가,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몸으로 마음으로 디자인을 구상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03호(2012년 4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구독 문의 02-2020-0570

조직 효율성 높일 ‘똑똑한 6원칙’

▼ Harvard Business Review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고객들의 변덕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영업이익률 극대화를 위해 ‘표준화’된 상품을 내놓는 것과 동시에 특정 시장에 맞는 ‘맞춤’ 상품도 함께 내놓아야 한다. 서로 모순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영자들은 조직 구조를 재설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기업 내 복잡성이 극도로 높아졌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미국과 유럽의 100여 개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5년 동안 기업의 업무 절차 수와 보고 단계, 필요 결재 수 등이 적게는 50%에서 최대 350%까지 증가했다. 대가는 엄청났다. 직원들은 불필요한 보고서 작성이나 업무 조율을 위한 회의 등 잘못된 곳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기업 내 복잡성 관리 방식은 어떤 형태로든 개선이 필요하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경영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똑똑한 원칙(smart rules)’ 6가지를 소개한다.



흥정보다 ‘관계’를 먼저 챙겨라

▼ 하버드대 로스쿨의 Negotiation Newsletter


시장에서 흥정을 통해 사과를 사야 한다고 가정하자. 보통 상인들은 최소 1kg 단위로 판매한다. 나에겐 3분의 1kg을 살 정도의 돈밖에 없다. 나는 상인에게 내가 구매하고자 하는 물량을 미리 밝히고 가격 협상에 나서야 할까, 아니면 흥정을 통해 값을 정한 후 소량을 구매하려 한다는 사실을 말해야 할까. 흥정으로 처음 제시해야 할 가격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제시한 후 차츰차츰 값을 올리는 전략은 효과가 있을까. 극단적인 흥정으로 인한 대가는 무엇일까. 모든 협상 전략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협상보다 먼저 선결해야 할 작업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디자인#新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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