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리차드 힐 한국스탠다드차타드 은행장 “금융의 삼성전자 안나오는 건 변화 두려움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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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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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힐 한국스탠다드차타드 은행장은 13일 서울 종로구 본사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SC그룹이 한국에서 철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대규모 감원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리차드 힐 한국스탠다드차타드 은행장은 13일 서울 종로구 본사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SC그룹이 한국에서 철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대규모 감원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한국 제조업이 세계적 성공을 거둔 것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한국의 금융산업은 전통적으로 변화가 느렸죠. 게다가 지금은 은행 수익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은행들이 성장하기 어려운 여건입니다.”

리차드 힐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장은 13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SC은행 본점 집무실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한국에서 ‘금융의 삼성전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금융업계의 수익과 배당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투자와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뜻이었다.

힐 행장은 지난해 금융업계 최장기 파업의 원인이었던 성과주의 도입을 계속 추진하고 일부 지점의 저녁 및 주말 영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외국계 은행에 대한 고배당 논란에 대해선 오히려 “배당을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은행들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 나라 경제가 성공하려면 은행에서 수익이 나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은행들은 자산 대비 수익성이 낮다. 수익이 있어야 투자자들에게 보상도 해주고 자본투자가 더 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수익이 낮아지면 투자자들이 더는 한국의 은행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가정이나 기업에 돈이 공급되지 않는다.”

―지난해 파업 후유증은 극복됐나.

“다행히 모든 게 정상화됐다. 올해 새로운 비전과 마음가짐으로 시작하고 있다. 파업을 통해 우리의 강점과 약점을 알게 됐다. 임금체계에 대해선 현 상태(호봉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직원의 성과와 관계없이 임금을 연공서열에 따라 계속 올려줄 수는 없다. 성과주의의 시행 방법과 공정성 확보 방안에 관해 노조와 대화하겠다. 대규모 감원은 이제 하지 않겠다.”

―고배당 논란에 대한 생각은….

“SC본사는 지금까지 한국에 4조4000억 원을 투자했다. 현재 은행 예금이자를 4%로 보면 1년에 적어도 1760억 원의 투자수익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린 올해 본사에 810억 원만 배당했다. 배당을 더 올려줘야 할 처지다. 투자 대비 수익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이런 논리가 없으면 한국의 은행들은 고전할 수밖에 없다.”

그는 ‘론스타 먹튀’ 논란과 관련해 “외환위기 이후 누구도 투자하기 꺼릴 시기에 위험을 안고 외환은행을 샀다. 그들이 돈을 벌어 나가는 것을 욕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SC도 한국에서 철수할 것이란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SC그룹은 한국에서 영원히(forever) 사업할 것이다. 한국인에게 우리가 장기투자하는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주고 싶다. 은행명에서 ‘제일’을 떼고 새 출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녁이나 주말 영업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는데….

“시범실시를 통해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후 8∼10시 명동이나 강남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점포를 열 수 있다. 많은 고객이 퇴근 후에 은행을 방문하고 싶어 한다.”

힐 행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한국 같은 수출형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이번 FTA에선 한국이 단연 승자”라고 평가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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