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유럽 車시장의 심장, 독일서 폴크스바겐에 도전장”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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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직영체제 구축… 유럽위기 정면돌파
지난달 점유율 3.4%… “2015년엔 5% 달성할 것”

유럽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독일 공략 강화를 위해 현대자동차는 올해 현대자동차독일 법인(HMD)을 출범시켰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현대차 ‘괴레스 딜러점’에서 딜러가 ‘i40’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독일법인 제공
유럽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독일 공략 강화를 위해 현대자동차는 올해 현대자동차독일 법인(HMD)을 출범시켰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현대차 ‘괴레스 딜러점’에서 딜러가 ‘i40’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독일법인 제공
독일 프랑크푸르트 현대자동차독일법인(HMD)에서 근무하는 현재준 마케팅팀 대리의 전 직장은 독일 최고의 투자은행 도이체방크다.

영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현 대리는 누구나 꿈꾸는 투자은행에서 높은 연봉을 받으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은행원의 자리를 박차고 HMD에 입사한 것은 독일 아우토반에서 달리는 현대차에서 자신의 미래를 봤기 때문이다. 독일의 한국교포 2세인 현 대리는 누구보다 독일 시장에서 달라진 현대차의 위상을 잘 알고 있다. “요즘 또래 친구들이 가격 대비 성능을 감안해 차를 고를 때 폴크스바겐과 함께 고민하는 브랜드가 바로 현대차”라고 말했다.

올 초 현대차그룹은 독일과 프랑스에 본사가 직접 관리하는 판매법인을 출범시켰다. 과거 현대차의 독일 및 프랑스 현지 판매를 담당하던 스위스 프레이그룹의 대리점을 인수하며 두 국가 내 직영 판매체제를 구축한 것. 독일과 프랑스는 현대차의 유럽 전체 판매량 가운데 45.2%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현대차 내부에서는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되면서 HMD 출범을 늦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비즈니스의 정석은 ‘위기 때 투자하는 것’”이라며 직영 판매체제로의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여기에 독일이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이라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유럽 전역이 재정 악화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지만 제조업과 금융업에서 기초체력이 튼실한 독일만 굳건하다.

9일 기자가 찾은 현대차 독일 시장은 판매 네트워크를 바꾼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직영효과’가 가시화되고 있었다. 독일 시장에서 지난해 말 2.6%였던 시장점유율이 2월 말 현재 3.4%로 0.8%포인트 뛰었다. HMD 배정국 이사는 “유럽 재정위기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 의미가 더 크다”며 “이런 추이라면 2015년 독일에서 5%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HMD는 이르면 내년 말 현대차유럽법인(HME)과 현대차 유럽연구개발(R&D)센터가 있는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뤼셀스하임으로 사옥을 옮길 계획이다. 미국에 이어 전략시장으로 부상한 유럽에서 시장점유율 5%를 달성하자는 ‘비욘드 5(Beyond 5)’ 프로젝트의 초석에 HMD가 앞장서겠다는 의지다. 현대차의 유럽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2%다. 현대차는 최근에는 도요타 독일법인 출신의 마르쿠스 슈릭 씨를 현지 마케팅 책임자로 영입했다.

독일 현지 사정도 HMD에 긍정적이다. 유럽 전략차종으로 내놓은 ‘i30’는 사전예약 물량만 2000대가 넘어선 데다 현지 유력 자동차 전문지에서 실시한 동급차종 비교 시승에서 경쟁 차종인 폴크스바겐 ‘골프’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배 이사는 “양적인 팽창에서 이제 ‘질(質)’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며 “브랜드 투자를 계속해 현대차에 대한 독일 고객의 이미지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기업#유럽#자동차#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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