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했었습니다. 소식 한번 듣기 참 어려웠죠. 어느날 전화기가 등장하면서 확 바뀐 세상을 경험했습니다. 소통의 힘. 그 힘이, 이제 또 다른 세상이 만들고 있습니다. 나눔과 사랑, 문화의 공유를 통해 이 땅의 통신회사들이 공존의 틀을 닦고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분야 전문가인 미국의 제이슨 사울은 저서 ‘CSR 3.0’에서 기업의 사회공헌 패러다임이 큰 변화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떠밀리듯 기부했던 시절에서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능동적으로 사회공헌을 하는 시기로 변했다는 것. 한발 나아가 이제는 기업이 시장을 창출하고 직접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블루오션을 찾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최근 이동통신사들은 이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춰 시장을 창출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공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유·무선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던 기업에서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직원을 더 채용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에서 벗어나 창의력 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와 소규모 협력업체를 지원하고 교육해 사업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독려하는 전략이다.
○ 아이디어 넘치는 ‘1인 기업’과 손잡기
KT는 글로벌 수준의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개발자들을 양성하자는 목표로 ‘에코노베이션 정책’을 만들었다. 서울 시내에 앱 개발자 지원공간인 ‘에코노베이션’ 센터를 구축했다. 에코노베이션 센터는 아이디어를 가졌지만 개발할 여건을 미처 마련하지 못한 신생 개발자들을 위한 공간이다. 모바일 앱 관련 기술을 지원하고 전문가가 컨설팅도 해준다. 개발자들이 기획과 마케팅을 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시장 정보와 통계 정보도 구할 수 있다. 에코노베이션 센터는 개발자들이 서로 모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개발 프로젝트를 공동 진행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현재 에코노베이션 센터를 거쳐 간 앱 개발자는 약 2만 명에 이른다.
KT는 단순히 개발 공간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1인 기업의 교육과 오프라인 커뮤니티 활성화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KT는 서울시와 경기도, 중소기업청, 한국생산성본부와 함께 협약을 맺고 전국 30개 교육장에서 앱 개발자 전문 교육프로그램인 ‘에코노베이션 스마트 스쿨’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매번 정원의 3배가 넘는 지원자가 몰리는 이 스쿨은 최근 앱 상용화 출시를 목표로 한 전문가 과정도 새로 개설했다.
개발 공간, 개발 교육을 지원받은 개발자들은 앱 개발 경진대회를 통해 실력을 겨룰 수 있다. 대표적인 벤처 발굴 행사로 자리 잡은 ‘올레 벤처 어워드’와 앱 개발 대회인 ‘에코노베이션 페어’를 통해 두각을 나타낸 개발자들의 작품은 고객들에게도 소개되고 있다. 에코노베이션 페어에서 당선된 앱은 중국의 차이나모바일, 일본의 NTT도코모와 협력해 개최하는 한중일 공동 앱 경진대회에 출품돼 중국과 일본 고객들에게도 소개된다. KT는 중국 차이나모바일의 앱스토어인 MM(Mobile Market)과 일본 NTT도코모의 앱스토어인 도코모마켓에 KT의 올레마켓을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창조적인 아이디어만 있다면 이 올레마켓을 통해 중국과 일본의 6억5000만 고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 협력업체 교육으로 꿈꾸는 동반성장
SK텔레콤은 중소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동반성장에 힘을 쏟고 있다. 협력업체가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고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지식을 제공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다. SK텔레콤의 협력업체 교육 지원은 국내 기업의 대표적인 상생협력 교육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인기 과정은 개설 후 1∼2일 만에 수강신청이 마감돼 강좌를 추가 개설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온라인을 통한 교육을 위해 웹사이트를 만들어 협력업체 구성원은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2005년부터 7년째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 교육을 거친 협력업체 수강생은 총 2만여 명이다. 2006년부터는 SK상생아카데미를 만들어 오프라인으로 월 1회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와 신상품 기획, 특허 실무, 창의력 개발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달부터 ‘동반성장 MBA’ 과정을 시작한다. 임직원을 재교육할 예산과 시간 여유가 없는 중소 협력업체들의 사정을 고려해 2000여 개 중소 협력업체 직원들이 실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동반성장 MBA는 △경영학(조직문화, 리더십, 재무·관리, 마케팅) △인문학(동양철학 등) △정보통신기술(ICT) 과정(클라우드 컴퓨팅, ICT 시장 전망) 등으로 이뤄져 있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교육생들이 회사 업무로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온·오프라인 교육과 워크숍을 함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 ICT와 경영학에 대한 최신 트렌드를 익힐 수 있는 리포트를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사후관리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교육 수료 이후에는 학업 우수자를 선발해 3박 4일 과정의 해외 탐방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SK텔레콤 안승윤 경영지원실장은 “SK텔레콤은 교육 기회가 부족한 협력업체의 임직원들에게 실제 업무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지식과 기술을 제공해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물론이고 임직원 개개인의 역량도 높일 수 있도록 동반성장의 기반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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