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수입차 가격’… 공정위 칼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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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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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EU FTA 발효에도 값 내리긴커녕 되레 인상?
벤츠 BMW 아우디 도요타 등 조사 돌입… 국산차보다 6.3배나 비싼 부품값도 대상

공정거래위원회가 관세를 인하한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에도 가격 인하의 폭이 작고, 국산차보다 수리비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비판을 받아온 수입자동차업체에 대해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조사범위는 자동차 수입업체와 딜러들 간의 불공정거래 관행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BMW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MBK),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한국토요타 등 수입차업체에 조사계획이 담긴 공문을 보냈다. 이들 업체가 수입하는 BMW 벤츠 아우디 폴크스바겐 렉서스는 국내 수입차 판매 1∼5위다.

공정위는 우선 20일까지 신차가격 결정과정과 유통구조 등을 서면으로 조사한 뒤 곧바로 수입차업체와 판매 딜러점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월 한-유럽연합(EU) FTA 발효로 수입차에 부과되는 관세가 8%에서 5.6%로 낮아졌는데도 실제 가격 인하 효과가 적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BMW와 벤츠는 FTA 발효 직후 가격을 1.3∼1.4% 낮췄지만 지난해 말부터 편의장치 추가 등을 이유로 인하 전보다도 가격을 0.5∼0.7% 올렸다. 올해 1월 말의 원-유로 환율이 FTA 발효 전인 지난해 6월 말보다 5.3%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한 점까지 고려하면 유럽산(産) 수입차 가격은 5% 이상 오른 셈이다.

현지보다 턱없이 비싼 부품가격 역시 조사 대상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의 부품가격은 국산차의 6.3배, 현지 대비 1.4∼2.4배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수입차 딜러점들이 부품을 정비업체 등에 독점 공급하면서 일정가격 이하로 부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재판매 가격유지행위’를 했거나 병행 수입을 방해하는 등의 불공정행위 소지가 있을 개연성에 주목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조사가 수입업체와 딜러점 간 불공정거래 관행에 대한 진상 조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수입차의 유통구조는 수입차업체가 해외에서 차를 들여와 각 딜러점에 공급하고, 딜러점들이 전시장을 운영하며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수입업체가 판매량이 많은 딜러점에 더 할인된 가격으로 차를 많이 공급하고, 딜러점들은 더 좋은 조건에 차를 받으려고 출혈경쟁을 하며 싼값에 차를 파는 관행이 일반화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한 수입차업체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이 커진 만큼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해져 담합 등 불공정행위는 있을 수 없다”며 “부품가격도 수입차 판매량이 늘면서 점차 내려가는 추세”라고 해명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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