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비즈니스포럼 2011]“한국 기업 동반성장 갈길 멀어… CSR서 CSV로 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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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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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포터 교수 기조연설

6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2011’ 행사에서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공유가치 창출(CSV)을 주제로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CSV를 주제로 기조연설, 패널토론, 질의응답, 사례 발표 등이 집중적으로 진행돼 참석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6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2011’ 행사에서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공유가치 창출(CSV)을 주제로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CSV를 주제로 기조연설, 패널토론, 질의응답, 사례 발표 등이 집중적으로 진행돼 참석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대기업이 이익의 일부를 중소기업에 나눠줘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한국 기업들이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을 고민해야 할 때다.”

경영 전략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에서도 기업들이 경영 활동에 CSV 개념을 도입하고 실제로 적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포터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의 대안과 기업의 사회적 역할 모델로 CSV 개념을 주창해 세계 경제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6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2011’에 참석해 “최근 한국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이 널리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 “기업과 사회 이익 창출하는 구체적 CSV 도입해야”


포터 교수는 이날 행사에서 기조연설과 패널토론, 청중과 질의응답 등을 통해 5시간에 걸쳐 CSV 개념과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국 기업의 CSV 도입 방안에 대한 조언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한국 기업은 (사회 공헌의) 주제를 결정할 때 ‘사회적 융합’이나 ‘정의’처럼 포괄적이고 피상적인 개념을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이 속한 업종의 특성을 고려해 가장 알맞은 형태의 공유가치를 선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기업에도 이익이 되고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가치를 선정하고 구체적인 접근 전략을 마련해야 공유가치 창출 개념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기업의 규모와 영향력은 커지는데, 지역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하려는 기업의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 “CSV는 자본주의 그 자체”


포터 교수는 기업의 사회적 활동이 기부에서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으로, 더 나아가 CSV로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기부 활동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행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한정된 재화를 재분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방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CSR에 대해서는 “기업이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반면, CSV는 ‘효율적으로 돈을 번다’는 자본주의의 개념과 충돌하지 않고 기업 활동의 지속가능성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자본주의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이날 패널토론에 나선 김태영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CSR와 CSV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하느냐”고 묻자, 포터 교수는 “CSR는 나름의 의미를 지닐 뿐 아니라 CSV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된다”고 설명했다.

○ “과거의 시각 버려야 새로운 기회 보인다”


포터 교수는 CSV를 구축하는 첫 단계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방법과 범위에 대한 시각을 바꿔 그동안 간과해 왔던 고객과 시장을 다시 발견하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다국적 제약회사인 노보 노르디스크는 중국시장에 진출하면서 선진시장에 적용했던 유통방식을 바꿔 성공을 거뒀다. 이 회사는 중국 지방정부, 비정부기구(NGO) 등과 함께 당뇨병 치료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환자들과 커뮤니티를 구성했다. 이를 통해 의료 체계가 잘 구축되지 않은 중국의 지방 소도시에서 판매액을 늘렸다는 게 포터 교수의 설명이다.

두 번째 전략으로는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협력업체로부터 물건을 구매하는 관행이나 방식만 바꿔도 새로운 가치를 얻을 수 있다”며 “기업이 속한 업종의 특성을 고려하고 가치사슬을 꼼꼼히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이해관계자들을 파트너로 삼아 광범위한 클러스터를 조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역 내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하고 다른 주체들의 역량을 종합해 생산성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패널토론에서 프란시스코 로만 아시아경영대학원(AIM·Asian Institute of Management) 교수는 “CSV가 3년, 5년 후에는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를 물었다. 포터 교수는 이에 대해 “CSV를 직접 행동에 옮기고 그 결과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를 고민한 뒤에 다음 단계를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패널토론에는 김태영 교수, 로만 교수 외에 피터 존슨 DWM(Developing World Markets) 미국 대표와 로랭 로티발 GE헬스케어 코리아 사장이 참석했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 “CSV 실천하려면 CEO의지-NGO협력 절실” ▼


“공유가치 창출(CSV)은 기업의 핵심 자원과 역량으로 이익 극대화의 기회와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개념이다. 선진국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신흥국이나 개도국에 분배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경영컨설팅회사 FSG의 마크 크레이머 공동대표(사진)는 6일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2011’에 참석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CSV로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소개했다. 크레이머 대표는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CSV 개념을 제안한 경영 전문가이며 40여 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CSV 전략 수립과 실행에 대한 컨설팅을 한 경험이 있다.

그는 이날 ‘비즈니스의 사회적 역할을 재정의하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CSV 개념을 실제 경영에 성공적으로 적용한 제너럴일렉트릭(GE), 시스코, 네슬레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GE는 저가의 헬스케어 장비를 개발해 1억 명 이상에게 값싸고 질이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신사업은 기존 사업 대비 2배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 시스코는 원격 교육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400만 명 이상의 네트워크장비 판매 관리자를 교육했다. 회사는 부족한 판매 관리자 문제를 해결하고 수강생에게 취업 기회를 줄 수 있었다. 네슬레는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 영농기술 교육, 수로 건설, 금융 지원 등 63개의 영농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줬다. 동시에 이곳에서 원료를 구매해 회사의 원가 경쟁력도 끌어올릴 수 있었다.

크레이머 대표는 “GE는 새로운 헬스케어 장비 생산 프로젝트를 위해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며 “이는 정부나 비정부기구(NGO)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주도하는 CSV의 의미와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이어 “CSV를 기업 내 핵심 전략으로 안착시켜 실질적 성과를 이끌어내려면 최고경영진의 확신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업의 실행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성과측정 지표를 마련하고 구성원들에 대한 보상 체계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다른 기업, 정부, NGO 등 외부 전문가들과의 적극적 협업으로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원칙”이라며 “특히 해외사업을 추진할 때 현지 NGO와의 협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예로 아프리카에 진출하면서 현지 은행들과 대출 기금을 마련하고 지역 중소기업을 지원해 지역사회의 실질적인 발전을 유도한 다국적 석유기업 셸의 사례를 소개했다.

송기혁 기자 khsong@donga.com  
▼ 비즈니스 리더 600여명 참석… “참신하고 유익했다” ▼


동아일보와 종합편성TV 채널A가 6일 공동 주최한 ‘동아비즈니스포럼 2011’은 최근 경영계의 관심사로 떠오른 공유가치 창출(CSV)을 집중적으로 다뤄 참가자들로부터 “참신하면서도 유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3년 만에 한국을 찾은 경영전략의 대가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생생한 강연을 직접 듣기 위한 열기도 뜨거웠다. 이른 아침부터 많은 참가자가 몰려 포터 교수의 기조연설 때는 미리 준비했던 600여 개의 좌석이 꽉 찼다.

국제회의 전문기획사인 인세션(대표 김승미)이 진행을 맡은 이번 포럼에서는 특히 ‘쌍방향 열린 토론’을 시도해 호평을 받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질문을 받고, 포터 교수가 즉석에서 답변하는 형식이다. 패널들의 질문 시간을 1분으로, 연사의 답변도 5분 내외로 제한한 점도 특징이었다. 포터 교수는 “아주 효율적으로 패널 토론이 진행돼 신선했다”며 “나도 토론회를 할 때 이 모델을 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는 재계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경청호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이 참석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조준희 기업은행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민병덕 국민은행장,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장영철 자산관리공사 사장 등 금융계 최고경영자들도 참석해 대·중소기업 상생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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