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외환銀 인수가격 4000억원 이상 깎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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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4059억→3조9000억원대… 하나금융지주, 론스타와 합의
오늘 이사회 뒤 계약내용 공시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와의 재협상에서 인수대금을 종전 4조4059억 원에서 3조9000억 원대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가격 인하폭이 시장에서 예상한 2000억 원 수준보다 크게 높아, 이른바 ‘먹튀’ 논란이 다소 누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금융과 론스타는 지난달 30일 외환은행 지분 51.02%에 대한 인수조건 재협상에서 종전 인수대금을 ‘4000억 원+알파(α)’ 수준에서 깎기로 합의했다. 최소 4000억 원을 깎고, 벌과금 등 기타 비용을 포함한 가격을 추가로 인하하는 조건이다. 이날 블룸버그통신도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가격으로 종전 주당 인수가(1만3390원)에서 1490원 내린 주당 1만1900원을 지급하기로 론스타와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가격 재협상에 정통한 금융권 관계자는 “플러스알파는 유동적이지만 총인수대금이 4조 원대가 아닌 3조9000억 원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전했다.

하나금융은 올해 7월 론스타와 외환은행 지분 이전 계약을 연장하면서 2010년 11월 최초 계약 당시 약속한 인수대금(4조6888억 원)에서 2829억 원을 깎은 적이 있다. 이번에 다시 가격을 낮춘 것은 1일 현재 외환은행 주가가 최초 계약 당시(1만2250원)보다 크게 낮은 8290원으로 떨어져 ‘론스타에 너무 많은 차익을 안겨주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된 때문이다. 론스타는 계약조건 변경을 거부하다가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이 △종전 가격대로 인수하면 국민정서가 나빠져 국내 영업이 힘들어지고 △론스타도 매각에 속도를 내려면 가격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설득하자 태도를 바꿨다.

하나금융은 론스타와 세부 조건을 확정한 뒤 2일 이사회를 열어 새 인수조건을 승인하고 계약내용을 공시할 예정이다. 현재 하나금융 이사회를 구성하는 상임 및 사외이사 14명은 모두 국내 인사로 외환은행 인수에 대체로 우호적이다. 이사회 승인 직후 김 회장은 론스타 측과 만나 최종 매매계약서에 서명한다.

LIG투자증권은 1일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가격을 10% 깎으면 회계상 인정되는 외환은행 장부가치보다 인수비용이 적어 인수 즉시 총 7800억 원 정도의 장부상 이익을 얻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국세청이 론스타의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4000억 원 안팎의 세금을 매기면 론스타가 실제로 챙기는 이득은 더 줄어들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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