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K이노베이션 전화통이 불나는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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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이달 퇴직금 중간정산“목돈 풀렸다… 고객으로 모셔라”… 금융회사 인맥 동원 유치경쟁

국내 최대 정유업체인 SK이노베이션 임직원들은 요즘 뜸했던 학교 선후배의 연락을 받는 일이 부쩍 늘었다. 반가운 마음에 전화기를 들면 한참을 뜸들이다 결국엔 “퇴직금 받았다며?”라며 돈을 맡겨달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달부터 퇴직금누진제를 폐지하고 퇴직금 중간정산을 했다. 연봉 수준이 높은 이 회사 직원들이 목돈을 쥐었다는 소식을 접한 금융권이 이를 유치하려고 각종 인맥을 동원해 ‘구애’에 나섰다.

은행 증권사는 물론이고 저축은행까지 가세하면서 각 금융회사가 내거는 조건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국내 모든 금융상품을 통틀어 가장 높은 금리보다 1%포인트 이상 더 주겠다”는 제안은 기본이고 일부 금융사는 공짜 골프 등 각종 향응까지 은밀히 제안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금융권은 SK이노베이션의 퇴직연금 운용사로 선정되기 위해 이 회사 자금운용 담당 부서에도 줄을 서고 있다.

한 부장급 간부는 “많게는 하루 5, 6통씩 지인들이 전화를 걸어와 ‘미안하다’며 완곡하게 거절하는 것도 큰일”이라고 말했다. 1억 원이 넘는 중간퇴직금을 받은 A 과장은 “회사에서도 각종 금융상품을 소개하는 등 재테크 정보를 알려주고 있지만 생각지도 않았던 큰돈이 생겨 어디에 써야 할지 다들 고민”이라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에 퇴직금 산정방식을 근무연수에 가중치를 곱하는 누진제를 폐지하고 지금까지 쌓인 퇴직금을 정산
했다. 누진제 폐지로 퇴직금 실수령액이 줄어드는 임직원들에게 1인당 평균 수천만 원의 위로금도 지급한다. 금융권은 이에 따라 일시에 시중에 풀리는 돈은 1000억 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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