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인수價 얼마나 깎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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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금융-론스타 물밑협상

론스타에 대한 금융당국의 외환은행 지분 매각 명령을 코앞에 둔 가운데 하나금융지주와 론스타 간에 펼쳐지고 있는 외환은행 인수가격 절충 협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을 끈다. 하나금융은 ‘먹튀’ 논란 소지를 줄이기 위해 가능하면 가격 인하폭을 크게 하려고 하겠지만 론스타가 순순히 응할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금융과 론스타는 금융위원회가 다음 주 초 ‘외환은행 지분을 조건 없이 매각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대로 지분이전계약을 진행하기 위해 주당 1만3390원으로 돼 있는 인수가격 조정 여부를 놓고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일 현재 외환은행 주가는 8050원으로, 인수 예정가격과 5340원 차이가 난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추가적인 가격 협상이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론스타 측은 “계약 기간인 11월 말까지는 계약대로 협상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로선 다른 고려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추진할 뿐 국민정서 등을 고려해 가격을 조정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공식적인 입장은 하나금융도 비슷하다. ‘먹튀’ 논란의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 데다 이 논란을 불식할 만한 가격 수준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치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섣불리 가격 인하 협상에 나섰다가 인수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주요 주주들 가운데 누구도 가격을 깎으라고 하지 않는다”며 “지금 가격도 미래가치를 볼 때 손해 보는 거래가 아니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과거 외환은행 인수에 참여했던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도 “외환은행은 확실한 핵심사업을 가진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라고 평가했다.

론스타와 하나금융의 원론적인 공식 입장에도 불구하고 수면 아래에서는 치열한 가격 협상이 진행 중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기업 인수합병(M&A)에 정통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1만 원대 초반으로 가격을 수정해 제안했고 론스타가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라며 “최종적으로는 1만1000∼1만2000원대로 가격이 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현행법상 강제매각 명령을 내릴 때 장내 매각처럼 매각 방식을 지정하는 조건을 달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재협상 결과 인하 폭이 당초 예상한 1000억∼2000억 원 선을 넘어서고 이 인하 금액을 사회공헌기금으로 조성하는 장치를 둔다면 국민 여론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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