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실업률 통계조사를 국제노동기구(ILO) 표준설문 방식으로 하면 잠재 실업률이 21.2%에 이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의 노동력 조사방식을 토대로 한 통계청의 현행 고용동향 조사대로라면 잠재 실업률은 5.4%에 불과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26일 ‘실업 및 잠재 실업의 측정에 관한 연구’에서 “현재의 통계청 경제활동 인구조사로는 개인의 취업 의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어 유의미한 잠재 실업지표를 작성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통계 조사방식을 바꾸면 실업률이 크게 높아진다고 밝혔다.
통계청은 현행 방식에서 ‘지난 1주간, 주로 무엇을 하였습니까?’라고 설문 대상자에게 질문해 ‘예’라고 답하면 무조건 취업자로 간주한다. 또 고시학원, 직업훈련기관에 다니거나 혼자 취업 준비를 한 경우는 구직활동으로 인정하지 않아 실업자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KDI는 이런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구직활동 기간을 1주→1개월로 넉넉히 잡았고 구직활동 여부를 묻기 전에 ‘취업을 원하고 있습니까?’라고 먼저 물어 잠재 실업자를 추려냈다.
KDI가 서울지역 20대 1200명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한 결과, 현행 방식대로라면 실업률은 4%, 잠재실업률은 4.8%였는데 대안적 방식으로 바꿔 조사를 하니 실업률은 5.4%, 잠재실업률은 21.2%에 달했다. 잠재실업자는 취업을 원하고 있고 즉시 취업도 가능하지만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고 생각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현행 통계조사 방식에서 잠재실업자는 비경제활동인구로 포함돼 실업률에 잡히지 않지만, 이들은 사실상의 실업자이기 때문에 이들을 제외한 채 실업률이 낮다고 강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황수경 KDI 연구위원은 “대안적 설문에서 파악된 잠재실업자는 노동시장 행태에서 순수비경제활동인구와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만큼 실제 고용정책에 적용 가능한 실업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며 “공식 실업률만 갖고는 정확한 고용동향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보조지표를 정부가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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