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아이패드 디자인권 무효” 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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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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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상표디자인청에 8월 무효심판 제기…
무효결정땐 獨서도 갤럭시탭 판매 가능

독일 법원의 갤럭시탭10.1(오른쪽) 판매금지로 피해를 보고 있는 삼성전자가 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애플의 아이패드(왼쪽) 디자인 권리를 무효화할 수 있는 절차를 밟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독일 법원의 갤럭시탭10.1(오른쪽) 판매금지로 피해를 보고 있는 삼성전자가 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애플의 아이패드(왼쪽) 디자인 권리를 무효화할 수 있는 절차를 밟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유럽연합(EU) 회원국 전체에서 애플 아이패드의 디자인권을 무효화할 수 있는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애플이 유럽의 독특한 디자인권 제도를 이용해 공격한 데 대해 삼성전자도 같은 제도를 활용해 애플의 공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8월 9일 스페인에 있는 유럽상표디자인청(OHIM)에 애플의 디자인권에 대한 무효심판을 제기해 현재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8월 9일은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이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갤럭시탭10.1’에 대해 판매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린 날이다.

EU 산하기관인 OHIM은 회원국 전체의 상표와 디자인권을 관리하는 곳이다. 삼성전자가 이곳에 제기한 무효심판은 현재 전 세계 9개국에서 진행 중인 27개 소송과는 성격이 다르다. 한 번 판결이 나면 유럽 전역에서 애플의 디자인권 행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효 결정이 나면 유럽 각지에서 벌어지는 디자인 소송은 무의미해진다. 독일에서도 갤럭시탭10.1의 판매를 재개할 수 있게 된다.

디자인권을 특히 중시하는 유럽은 ‘공동체 디자인’이라는 독특한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 번 공동체 디자인으로 등록하면 전 EU 회원국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서류만 충족하면 누구나 손쉽게 디자인권을 등록할 수 있고, 최대 25년까지 권리를 누릴 수 있다. 디자인과 달리 특허는 국가마다 개별적으로 등록해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애플은 2004년 아이패드 외관에 적용한 사각형의 태블릿PC 디자인을 OHIM에 공동체 디자인으로 등록했다. 애플은 이를 근거로 삼성전자의 갤럭시탭10.1이 나오자마자 손쉽게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에서 판매금지를 이끌어냈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유럽에서도 특히 독일 법원은 이미 등록된 지적재산권을 일단 인정한 상태에서 이에 대한 침해 여부만 따지는 경향이 강하다”라고 설명했다.

OHIM이 애플 디자인권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릴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럽은 디자인권자의 손을 들어주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이 등록한 디자인은 이미 많은 태블릿PC 회사들이 채택하고 있을 정도로 범위가 넓은 만큼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있다. 독일의 중소기업인 ‘제이테크(Jay-Tech)’도 삼성에 앞서 애플의 아이패드 관련 디자인권을 무효화하기 위해 같은 기관에 무효심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호주 연방법원은 애플 호주법인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권 침해에 따른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에 대해 4일에도 판결을 내리지 않고 다음으로 미뤘다. 애플은 7월 “‘갤럭시탭10.1’이 아이패드의 터치스크린 기술 등 모두 10개의 특허를 침해했다”면서 호주 연방법원에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호주법원은 지난달 30일 심리에서 판결을 내리지 못하고 이달 4일로 판결을 미룬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심리에서 법원 측에 갤럭시탭10.1의 판매 재개를 요청했고 법원은 애플과 합의할 것을 권고했다. 애플은 4일 삼성 측 제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심리에서 애플 측은 “삼성의 제안은 분쟁 해결을 위한 기반을 전혀 제공하지 않아 수용할 수 없다”며 “우리는 (갤럭시탭10.1의) 출시를 막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측 변호인도 “양측의 입장을 고려할 때 합의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법원이 다시 판결을 미루면서 호주에서 삼성전자 갤럭시탭 10.1의 판매금지도 당분간 이어지게 됐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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