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광고의 잔잔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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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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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푸르지오 등 내면 표출 ‘정중동’ 광고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음원사이트 ‘멜론’의 최근 광고.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음원사이트 ‘멜론’의 최근 광고.
‘그깟 사랑, 그깟 이별, 난 아무렇지 않아.’

연인과 헤어져 마음 아파하는 소녀의 사진 한 장. 음악과 함께 깔리는 간결한 카피. 사진 속 배경의 하늘과 구름만큼이나 단순하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화려한 광고가 난무하던 광고업계에 올가을 들어 고요하면서도 잔잔하게 마음을 움직이는 ‘정중동(靜中動)’ 광고가 눈길을 끌고 있다. 현란한 테크닉과 중독성 짙은 사운드로 무장한 광고 대신에 마치 여백의 미를 강조하는 한국화처럼 절제된 영상과 간결한 메시지의 광고들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이달 5일부터 방영되고 있는 SK에너지의 광고는 ‘길 위의 프리미엄’이라는 슬로건으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영상은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 그 대신 짙은 회색빛 어두운 밤길에서 환한 불빛을 비춰주는 폴 사인 이미지만으로 조용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운전석에 앉은 배용준의 차분하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내레이션 없는 영상의 주목도를 더욱 높였다.

이달 초부터 방영되는 ‘푸르지오’ 아파트 광고는 ‘제로 라이프’가 슬로건이다. 유명 연예인이나 화려한 장면을 배제하고 작가 박완서 씨, 시인 용혜원 씨의 짧은 메시지와 그에 맞는 소박한 영상을 담았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자연을 배경으로 비틀스의 노래 ‘아이 윌(I will)’이 흐르는 가운데 두 작가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글귀가 손 글씨로 쓰인다. 자연 속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이 글귀들은 따뜻한 어투로 일상에 지친 현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잔잔한 감동을 준다.

10일 방영을 시작한 로엔엔터테인먼트 ‘멜론’ 광고는 최근 TV에서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소비자들이 기존의 자극적인 음악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깊이와 감동의 음악을 찾는 데 착안했다. 화려한 영상과 음악을 버리고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아날로그적인 영상미와 짧은 카피의 멋을 추구한 것이다. 연인과의 헤어짐에 마음 아파하는 소녀, 바쁜 현실 속에서 감성이 메말라가던 여성, 첫 데이트에서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들릴까봐 걱정하는 남학생, 혼자 떠난 여행의 외로움을 달래줄 친구가 필요한 중년남성 등 7편의 이야기를 담은 사진과 음악이 광고의 소재다.

SK마케팅앤컴퍼니 CP1본부 김현주 본부장은 “치열한 경쟁 속에 너도나도 최고라고 외치는 요즘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조용히 되돌아보는 광고가 소비자의 마음을 얻고 있다”며 “차분하게 한 해를 돌아보게 되는 가을에 이러한 단정한 광고가 더욱 세련된 광고미학을 선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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