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스페셜]갑자기 닥친 위기상황 제대로 대처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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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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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아닌 몸으로 기억하라

《 히말라야처럼 높은 산을 오르는 등반가들은 산소가 희박한 고도에서 눈앞의 사물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어떤 생각도 하기 힘든 극한의 상황을 경험한다. 이때에는 그야말로 본능에 의지해서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다. 갑자기 로프를 묶고 가파른 절벽에 몸을 맡겨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때 훈련 중에 실수하지 않고 심지어 남에게 설명까지 할 정도로 로프 묶기에 능숙했던 사람조차 터무니없이 줄을 잘못 묶어 큰 사고를 당하곤 한다. 그런데 로프를 뚝딱 잘 묶긴 하지만 묶는 방법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런 실수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 그럴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89호(2011년 9월 15일자)는 이에 대한 해답을 소개했다. 》
○ 생각이 아닌 본능으로 대응

개인의 운명이나 회사의 명운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일은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급박한 순간에도 위기를 모면하고 창조적인 생각을 할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개인의 운명이나 회사의 명운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일은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급박한 순간에도 위기를 모면하고 창조적인 생각을 할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기억하고 설명하는 일은 뇌의 ‘생각하는 부분’이 작동한 결과다. 뇌에 과부하가 걸리거나, 산소가 희박해지고 몇 끼를 굶게 되면 이 영역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고 한다. 뇌의 여러 부분 중 가장 에너지를 많이 쓰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나빠지면 가장 먼저 이 영역의 ‘스위치’가 꺼진다는 것이다. 로프를 잘못 묶어서 사고를 당한 사람은 아마 이 부분에 의존해서 로프 묶는 법을 기억했던 사람일 것이다.

반면 로프를 순서대로 묶을 수는 있지만 남에게 그 방법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은 뇌의 생각하는 부분이 아니라 운동 능력과 본능적인 것들을 관장하는 기저핵을 작동시킨다고 한다. 이 부분은 몸을 움직이거나 생각하는 순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적은 에너지로 작동하기 때문에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스위치가 거의 꺼지지 않는다. 그래서 산소가 희박하고 의식이 희미해진 상황에서도 작동을 멈추지 않고 정확하게 로프 묶는 순서를 떠올려 몸을 움직이게 만든다.

○ 반복 또 반복이 비결

바둑기사들은 당연히 그렇게 진행돼야 하고, 바뀔 가능성이 없는 패턴을 정석(定石)이라고 부른다. 수백 년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바둑기사가 승부를 겨루면서 검증한 것이다. 일단 정석의 상황에 들어오면 그들은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본능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일 뿐이다. 정석 안의 매 한 점에 대해서까지 생각을 하면 뇌에 과부하가 걸려서 정작 중요한 승부처의 한 점에 대해 판단하고 결정할 수 없다.

즉, 일련의 순서로 연결해서 하나의 묶음으로 처리하면 되고 결코 바뀌어서는 안 되는 것이나 바뀔 수 없는 것들은 머릿 속의 깊숙한 부분에 저장해서 필요할 때마다 자동으로 끌어내서 쓰는 것이다.

이렇게 뇌의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은 기저핵에 저장하는 방법은 반복 훈련밖에 없다. 로프 묶는 법을 수십 번 반복 훈련한 사람은 뇌의 생각하는 부분에 기억을 담지만, 수백 번 반복 훈련한 사람은 기저핵에 저장된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정석을 익히는 바둑기사나 콘서트를 앞두고 정해진 곡을 연습하는 피아니스트는 생각이 손가락에 미치지 않고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과제를 수행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연습한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영자가 연설에서 한두 번 언급하거나 제도, 절차, 업무표준으로 규정하는 정도로는 정말 중요한 일을 각인시킬 수 없다. 채용과 교육, 평가와 보상의 모든 인사절차뿐 아니라 업무의 기획, 자원 배분, 실행, 평가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최고경영자부터 일선 종업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성원의 일상 속에 반영되고 반복적으로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

○ 기본에 충실해야 창의성도 나온다

본능 속에 각인됐다면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미리 익힌 방향과 순서로 개인의 몸이나 조직이 움직인다. 그 대신 생각이라는 유한한 자원을 정말로 필요한 곳에 유용하게 쓸 수 있게 된다. 바둑에서 상대방이 정석을 벗어난 한 수를 놓았을 때 정석에 통달한 바둑기사는 이를 곧바로 알아차리고, 비로소 승부를 결정짓는 판단에 집중한다. 반복을 통한 각인을 통해 원칙을 몸에 익힌 기업은 경쟁자의 전략이나 환경이 변할 때 이를 신속하게 감지하고 대응한다.

환경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폭이 커지면서 발 빠른 대응과 창의성이 중요해졌다. 이를 빌미로 원칙과 기본을 소홀히 하거나 반복 훈련을 폄하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걸맞은 창의성은 기본이 탄탄하고 원칙에 충실할 때 나온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똑같은 콘텐츠를 갖고도 코미디언은 수많은 청중을 웃기지만 아마추어는 친구 한 명도 제대로 웃기지 못한다. 코미디언은 반복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내는 순서와 디테일을 몸으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애드리브를 해야 할 때 생각의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지 않다. 아마추어는 반복 연습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작은 상황 변화에도 당황한다. 생각이 복잡해져 청중을 자연스럽게 웃길 수도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머리가 아닌 몸으로 기억해야 한다.

정현천 SK에너지 상무 hughcj@lycos.co.kr   
정리=박용 기자 parky@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89호(9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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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시장서 성공 위한 5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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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서 신생 기업의 실패율은 높다. 시장은 불완전하고 가격이나 비용도 불확실하다. 인프라는 아예 없거나 믿을 수 없는 수준이고 정부는 허약하거나 심지어 없는 경우도 있다. 사용할 기술도 검증된 바 없으며 경쟁자가 상식 밖의 대응을 할 수도 있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회를 잡고 성공을 이뤄 나가려면 새로운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비용을 좀 더 합리적으로 통제하고 사회에 더 높은 기여를 하기 위한 5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실제 아프리카에서 진행한 사회적 기업 프로젝트들의 사례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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